생활이 그렇게 못견디게 부끄럽지는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술평균적으로 양심에 거리끼지 않을 정도의 월급을 받고, 정부관계부처의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기관과 부서에 앉아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척 이런 저런 말을 던져 보기도 하고, 필터링 해 줘야 할 자료들을 슬그머니 올려두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동료들의 고용상태나 일용직의 급여를 챙겨주기도 한다. 겨우, 고작, 그런 정도로, 위안될 수 있는 것이 삶이라면 그렇다.
4개월쯤 전 손군이 우리집에 인사 하러 왔고, 나는 그날 저녁 일곱 번을 토했다. 사흘 전 나는 손군네 부모님과 식사를 했고, 그네들의 요청에 따라 머리도 좀 길렀고, 오전엔 미용실에 가서 이런저런 모양을 낸 머리손질도 했으며, 얼굴엔 살색 크림도 발랐다. 손군의 아침식사를 매일 챙겨줘야 한다는 약속을 해야 했으며, 그리고 두 번 밖에 안 토했다.
월급의 3/4를 생활비로 내는 와중에 결혼을 위한 자금을 생각 해 봐야 하고, 비교적 합리적으로 감정적 금전적 소모가 적은 결혼에 대한 제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야 하며, 근 25년간 내멋대로 쥐어 온 젓가락질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고민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감사가 내려오니 자료를 만들라면 삼일간 군말없이 야근을 하고, 내가 아무리 알아봐도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도움을 줄 수 없는 동료의 불연속적 고용 기간 문제에 대해서는 고작해야 나갈때 지노위에 이야기 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억지로 시간을 내 신문 기사를 읽고, 회비를 내는 몇몇 단체에 전화를 걸어 월급생활자가 되었으니 회비를 조금 더 내겠다는 말을 한다. 그것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모든것을 미뤄왔다. 그러나 오스카가 될 수는 없었다. 헛간에서 뛰어 내린 난장이가 될 수는 없었다. 미룬 숙제를 해 치우듯이 어른이 된다. 이렇게 해서 어른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즐겁지도 않고, 우울하며, 힘들고, 짜증나고, 귀찮고 하기싫은 일들로 가득하고, 그리고, 비싸다. 그리고, 아무것도, 자랑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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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가진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하나쯤 낳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음.
그냥 세상사람들이 나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거리들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과정일 뿐.
조금 덜 귀찮아지는 것일 뿐.
몇 가지의 것만 포기한다면,
소위 말하는 '어른'이 살기에 더 편할 수도 있지.
다만 그 몇 가지의 것을 잃고나면
'어른'은 될지언정, '사람'에게서는 조금씩 더 멀어져가는 것일수도...
와... 한달만에 글을 올렸는데 글 올린지 30분 만에 댓글이라니!!!
확실한건 자의식을 몹시도 자극하고, 덜어 낼 것을 요구하는 과정이네요.
산다는 건 더하기의 과정일까요, 빼기의 과정일까요, 혹은 플러스마이너스제로인 것일까요. 흐어어어.
누나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