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 예산 집행 실적이 아닌 이야기를 읽고 싶고, 기안이 아닌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틈이 나면 하는 일은 무의미한 클릭클릭, 페이스북의 시티빌, 스마트폰의 팔라독과 스도쿠. 내가 바라는 나와 내가 행동하는 나의 이 엄청난 간극.
# 일주일에 한번, 어떨 땐 두번, 혹은 0번,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출근할때는 탄천-양재천 따라 21km정도, 퇴근 할 때는 양재천-탄천-분당천까지 26km정도. 오늘은 평속 20km을 한 번 찍어 보겠다고 밟다가 발에 쥐가 나는것으로 처참히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처음엔 두시간 걸리던 것이 그럭저럭 한시간 반 안걸리게 되었고, 2주전엔가 주말에는, 소위 하트코스라는 90km정도의 구간을 7시간 걸려서 돌아 보기도 했다. 이젠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립도 사고싶고 안장 가방도 사고싶고 속도계도 사고싶지만 gps모듈을 교체한 스마트폰으로 만족 하기로 하고, 당장 급한 체인 오일 정도는 사야겠고.
# 마루는 유선 종양으로 수술했다. 최근 계속 영 활발하지 않더니, 주먹만한 혹에서 고름이 흐르는 지경이 되어서야 발견했다. 회사를 다니니 어쩌니 하면서 잘 돌봐주지 못한 결과였다. 몸을 일으키기도 어려워 하던 개가, 병원에 데려가려고 목줄을 들이밀자 벌떡 일어나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아아 이 불합리한 생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100만원을 들이면 근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돈이 없었다. 40만원으로 우선 고름과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기로 했다. 전 주인이 버리고 간, 이제 10살쯤 되어보이는 똥개는 그렇게 비싼 개가 되었다. 자전거를 팔아야 하느 어쩌나 했는데, 손군과 카드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엄마는 포기하자고 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안락사 이야기를 하고, 나는 동물병원 앞 마당에서 울었다. 사람도 돈이 없어 마음껏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집에서 개에게 40만원이라니. 그런 걸 고려해야 하는 내가 한심했다. 아무튼 잘 수술해서 개는 다시 활발해 졌고, 가족들도 수술 시키길 잘했다며 만족하고 있지만, 아마도 나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고민을 할수 밖에 없을 것이란 걸 안다.
#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회사에서 여차저차한 나의 실수와 그걸 보완해 주지 못하는 구조적인 이유로 20만원을 물어주게 되었다.
# 그리고 그 날이 5월 18일이었다.
# 결혼을 하기로 했다. 아마도.
# 아무래도 살면서 겪게되는 피치 못할 사정이란게 이런 건가 싶다.
# 다시 취업을 해야한다. 결혼 후 살게 될 동네에서. 그 과정이 끔찍하고 싫다. 또 다시 나의 무능함을 마주하는 것이 싫고, 덤핑 상품을 팔러 돌아다니는 외판원 노릇이 싫다. 또 어디 공장의 사무직이 되어 지금처럼 숫자와 기안을 들여다 보고 있게 될 나도 싫다. 더불어서, 지금처럼 계급사회의 제일 아랫 고리에서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욕심도 생겼다. 다들 그렇게 산다. 아슬아슬하게 비겁함과 치졸함과 더러움과 책임감과 욕구와 욕망 사이에서 뒤뚱뒤뚱거리며 산다. 그래서, 그러므로, 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흠...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