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에 해당되는 글 7건

  1. 25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할 20가지 (3) 2007/04/28
  2. 어느 잉여인간의 고민 (3) 2007/04/25
  3. 날씨, 그리고 (2) 2007/04/25
  4. 진흙탕에서 벗어나기 2007/04/24
  5. 짜증 2007/04/23
  6. 날씨 2007/04/18
  7. 젊은 날 (2) 2007/04/10

시험보느라고 40시간 동안 깨어있고 시험 마지막날은 토하면서-_- 시험을 끝낸 뒤, 정확히 38시간 자고 나서 심심해서 싸이월드 구경하다가 이런것을 보았다. 심심풀이로 나는 어떤지 한 번 적어본다.



1. 아침에 5분 더 자겠다고 울부짖지 않는다.
처절하게 울부짖을수록 나중에 더 멋쩍어진다. 가족들에게까지 왕따당하기 십상이며 성질은 성질대로 더러워진다.
나는 뭐 5분 더 자겠다고 울부짖는건 아니고....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5시간 지나 일어난 뒤 홀로 울부짖는다. 제길. 수면장애의 슬픔.

2 .“엄마, 만원만!”이라는 발언을 감히 하지 않는다.
액수는 문제가 아니다. 스물다섯이 넘어 부모님께 손을 벌린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얼른 벗어
나지 않으면 고질병이 되기 쉽다.
에 뭐 아래 글에도 있지만 나는 아직 집에서 돈을 받아쓰는 한심한 인간이다. -_-

3 .헤어진 애인에게 전화 걸어 말없이 우는 짓은 하지 않는다.
“으흐흑…으허헉…으흐흐으…” 자신의 센티한 기분이 상대방에게는 두려움으로 밀려올 수 있으니 조심하자. 공포 영화가 따로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헤어진 애인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다.

4 .싸구려 향수(주로 장미나 아카시아 향)를 뿌리지 않는다.
굳이 향수를 뿌려야겠다면 불량품은 쓰지 말자. 후각은 시각 못지않게 강한 흡입력을 갖고 있다. 빨아들이지는 못할 망정, 밀어내지는 말아야지.
허허허 향수를 쓰지 않는다.

5 .무너지는 몸매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허리, 돌출을 감행하는 아랫배, 중력의 법칙에 충실한 엉덩이. 모른 척했다간 어느 날 문득 당신은 우리의 친구, E·T로 변신.
무너진 몸매라 할 것이 없지만.... 아무튼 사라지는 허리 돌출을 감행하는 아랫배, 중력의 법칙에 충실한 엉덩이... 참 슬픈 표현이다. ㅠㅠ 운동 좀 해야할텐데.

6 .성질대로 물건 집어던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누구는 성질 없어서 가만히 죽어 있을까. 참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를 그리며 도를 닦는 기분으로.
왠만해서는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없다. 이전에도, 지금도.

7. 구차한 변명 따위 늘어놓지 않는다.
‘과정의 중요성’이란 구차한 변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결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구차한 변명은 종종 늘어놓는다. 변명을 위한 근거도 착실하게 마련 해 놓는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변명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그 변명을 대고 자위하고,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 이 패턴을 자주 반복한다.

8. 근거 없는 소문에 열내지 않는다.
자신이 관련된 것이건 아니건 소문은 함부로 믿지도 말고, 퍼뜨리지도 않는다. 특히 가십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원래 근거 없는 소문에 관심 없는 편이었는데, 지금도 그런 것 같다.

9 .무슨 일이든 배 째라 식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제는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할 때. 시작했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징징거리지 않는다. 잠수하거나 증발해버리는 건 유치하다.
으음 시작했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징징거리지 않는다 - 중요한 말이다. 잠수하거나 증발해버리는 건 유치하다 - 제길.

10 .베이비 로션을 잔뜩 바르지 않는다.
피부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에 베이비 로션이라니! 게다가 지나치게 떡칠을 했을 경우 상대방이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는데....
다행히 베이비로션을 쓰지 않는다. 20대 초반까지 화장품에 관심 없어서 그냥 집에 있는것을 쓰곤 하였다. 21살때 클렌징 폼 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습게도 농활을 가서 알게되었다 -_-;; 다른 아이들을 쓰는 것을 보고) 지금은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필요하다면 기능성 화장품-뭐 수분공급 어쩌고 그런것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정도.

11 .패왕별희식 화장은 하지 않는다.
화장이라기보다는 변장에 가까운 짙은 화장은 이제 그만. 테크닉도 늘었을 테니 자연스럽게 꾸미자. 피부가 무슨 죄란 말인가!
화장을 하지 않는다.

12 .술은 주는 대로 홀라당 받아 마시지 않는다.
이제는 스스로의 주량도 알 때가 아닌가. 순간의 기분에 젖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은 하지 말자. 그 무덤으로 친구들 끌어들이지도 말고.
다행히도, 23살 이후 그런 습관을 없앴다. 20살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술을 마실때는 주는 술을 모조리 다 먹어 치워야 하는줄 알았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술을 마셨다. 게다가 자주 마셨다. 다행히 체력이 견뎌줘서 술먹고 실수하거나 기억을 잃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1년이 지나니 십이지장 궤양에 걸렸다. 약간 술을 줄여서 모조리 다 먹어 치우지는 않았다. -_-;;  22살때 처음으로 술을 먹고 기억을 잃는 일이 있었고 이후 술이 약간 두려워 지기 시작하였고 23살때 쓸개를 제거하고 나자 술먹는게 힘들어져서 술을 매우 절제한다. 1년에 10번 안팎으로 술을 마시고(맥주 한잔 포함), 그 중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3번도 되지 않는듯.

13. “죽고 싶어!” “내가 미쳐!”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조금만 힘들어도 이런 말을 한다. 정말 나약하고 유치한 습관이다.
죽겠다, 미치겠다, 짜증난다, 힘들다, 이런 말 자주 한다. 정말 나약하고 유치한 '습관' 이다. 정말 힘들고 죽을것 같아서 그런 말을 한다기 보다는 그런 상황이 왔을때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 누군들 세상 사는게  안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14. 팔(八)자로 걷지 않는다.
흐트러진 자세는 왠지 정신 상태 역시 해이해 보이게 만든다. 태생이 완전한 게다리가 아니라면 터덜터덜 팔자로 걷는 일은 그만두자.
음 걸음걸이 좋지 않다. 터덜터덜 팔자로 걷는다. -_-

15 .팬클럽 창단식, 맨 앞자리에서 오빠를 외치지 않는다.
20대에는 스타보다는 그 스타가 하는 연기, 음악에 빠져보자. 진심으로.
아직 한번도 팬클럽에 들어보지도 뭐 공연 같은데 가보지도 않았다.

16 .책만 펴면 잠들지 않는다.
책을 베개 삼거나 혹은 수면제 대용으로 쓰지 말자. 독서 열풍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들은 받아들이는 게 현명한 자세.
책만 펴면 잠들 정도는 아니지만, 독서량은 많이 줄었다. 반성.

17 .리어카표 최신 댄스음악 모음집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좀 넓게 보자. 불법 복제로 인한 음반 시장의 불황은 뮤지션의 창작 의욕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좋은 음악을 들으려면 제 값을 치르자.
원래 쳐다보지 않지만, 요즘에는 리어카표 최신 댄스음악 모음집- 이런것 구하기가 더 어렵지 않나? 하지만 mp3 불법 다운로드 등 많이 이용하므로-_-;; 불법복제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18 .학창 시절처럼 무조건 암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1+1≠2라는 걸 알고 있다.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 정답에 다가가기 위한 창조적인 사고와 최선의 노력이 있을 뿐.
학창시절에도 암기를 싫어했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내 생각은, 암기하는것은 아주 기본적인 노력이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이 쌓이기 마련인데, 난 창조적인 사고를 할거야- 라고 암기하지 않는것은 게으르다는 반증일 뿐.

19 .드라마 주인공 살려내라는 협박성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
지나친 감정 이입은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을 낳기도 한다지만, 야무지고 똑똑한 아가씨들이 설마 이런 짓을!
다행히 그런일 안한다. 드라마도 잘 보지 않거니와 본다해도 그다지.

20. 이 닦는 걸 잊고 잠들지 않는다.
잊고야 마는 것은 잠재 의식 속에서 그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 닦는 것이 귀찮다면 억지로라도 습관으로 만들자, 늙어 고생하기 싫으면...
종종 잊고 잠든다. 이 20가지 이야기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군. -_-;;




뭐 어디까지나 그냥 심심해서 본 글이다.

2007/04/28 16:42 2007/04/28 16:42

아 이것 참, 시험기간이니 별별 생각이 들고 별별게 다 하고싶어지네. 내일은 시험이 3개다. -_-



아무튼, 나는 학생이고, 돈을 벌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는 21세 가을에 딱 한 번 해봤다. 3개월동안 웹에이전시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과외도 해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크게 하고싶은 생각이 없다. 아직 배가 덜 고파서 그렇다, 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으로 사교육계에서 일하는 수많은 나의 친구들을 한마디로 싸잡아 무안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아무튼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교육현실과 사교육에 대해 문제를 느끼면서 내가 그 것을 통해 돈을 벌 수는 없었다, 아직은. 스물다섯살의 나이에 아버지도 퇴직하시고 집에서 용돈 받아쓴다는 일이 부끄럽지만 나는 부모님이 주시는 월20만원의 용돈으로 생활한다. 필요한 책값,병원비(나에겐 이게 크다-_-), 그 외 특별한 지출이 있으면 따로 받기도 하고, 매달 받는 20만원의 용돈은 거의 먹는일에 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이란, 잉여인간이라 생각하고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공부하라고 보낸 대학에서 (비록 후회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많은것을 배웠지만) 공부도 하지 않은채 6년째를 보내고 있으니 더더욱 발뺌할 여지는 없다.

요약하자면, 나는 학생이고, 돈을 벌지 않는 잉여인간이다. 15세무렵 사회와 개인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할 즈음부터 지금까지 나의 정치적 지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당당하게 노동의 댓가를 받고 돈없어서 못배우고 병걸려도 치료 못받고 죽는 세상에서 살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자, 한줄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뭐 대략 그런 문제의식이 나의 정치적 지향의 출발이다. 대학에 와서는 그런 지향을 조금이라도 실천 해 보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였다. 생각 해 보면 그닥 한 것도 없고 달라진 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잊지않고 살아가기 위한 소시민의 발버둥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같은 지향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회단체들을 보게 되고, 그런 단체에 내가 별로 보탬은 되지 않겠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뭐 소액의 금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 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 손으로 단 십원도 벌지 못하면서 부모님에게 받아 쓰는 돈의 일부를 후원한다는 것은 웃음거리라고 생각되었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언젠가, 많은 유물론자들은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면서, 이땅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지독하게 보수적인 대부분의 기독교신자들을 경멸하면서 그들이 헌금하는 십일조, 그 1/10만큼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무엇을 사는 것 만큼 허망한 일도 없겠지만 돈을 지불하는 것 만큼 솔직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마침 민주노동당이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을 모집하고 있었고, 나는 월5000원을 내는 학생당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두개의 단체에 그만큼의 돈을 더 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학생이고, 돈을 벌지 않는 잉여인간이면서, 월 15000원을 그런 후원비로 지불한다. 월 15000원으로 해결하는 값싼 자위일 수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부끄럽다. 내 손으로 단 돈 십원도 벌지 못하면서 그런 돈을 후원금으로 낸다는 것이. 그래서 아직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Now or Never, 언젠가 내게 다가올 지 모를 잊고 살아가는 날이 오기 전에 잊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칠전에 민주노동당에서 전화가 와서, 대선 준비하면서 신문을 발간하는데 월 4000원을 내고 구독 해 달라고 했다. 또 다시 잉여인간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2007/04/25 22:44 2007/04/25 22:44
이번주에는 날씨가 좋구나. 하지만 시험기간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수면 상태가 엉망이 되어서 오후의 햇살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목련도 벚꽃도 모두 지고 민들레가 소담하다가 이제는 라일락 철쭉 그리고 잘 모르는 꽃들이 피어 있다. 학교의 인문대-경영대 건물 앞에는 이 꽃들이 모여서 예쁘게 피어있다. 마치 양떼구름을 볼 때 처럼 누우면 포근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사진은 2년 전 이맘때 쯤 찍은 사진. 같은 날, 같은장소에서 같은 카메라와 렌즈로 찍어서 같은 곳에서 현상해서 스캔했지만 하나는 프로비아100F, 하나는 리얼라100이다. 이런 걸 보면 색감 때문에 렌즈나 카메라를 바꾼다는 이야기도 참 허황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날씨 핑계를 대는것도 그만큼 허황된 소리라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비록 잠을 너무 많이 자고 시험시간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쓸데없이 짜증도 많이 내고 그렇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중간고사 시험 6개, 지난주에 발표 하나 했고, 시험 끝나면 바로 주말에 레포트 1개, 5월에 발표 3개, 레포트 2개, 6월에 레포트2개, 시험7개. 그러면 학기 끝이다. 대학 다니면서 중간고사를 이렇게 많이 본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과제가 많았던 적도 처음이고, 신경써서 공부를 했던 것도 처음이다. 신경써서 공부라고 해 봤자 시험기간에 공부하고 빠지지않고 과제를 하는 정도지만. 아무튼 정규학기로는(계절학기를 들을지도) 마지막 학기. 날씨가 좋구나.
2007/04/25 20:22 2007/04/25 20:22
<우아한 세계>를 보고,

'일기는 일기장에, 습작은 노트에'라는 비야냥거림이 절로 나올만큼 별로 재미도 없었고, 이 감독의 전작도 그렇고 이 영화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미있거나 특별히 훌륭한 문제의식이 있거나 뭐 아무튼 별로 장점이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영화 포스터에 이 영화를 느와르라고 칭한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고, 뭔가 이야기 하고 싶은것이 있다는건 알겠는데, 무슨얘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또 주제에 맞게 소재와 이야기를 추려가는 방법도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니가 진짜로 하고싶은얘기가 뭐냐!!!! -_- 아무튼 그래도 생각나는 것이 있어 적어둔다.

세상에는 진흙탕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내 발에 진흙탕을 묻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진흙탕을 벗어나고 싶다. 진흙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진흙탕을 치우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택해 온 방법은, 진흙탕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밀어넣고 그 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을 두드려패서 벌어 온 돈으로 먹고사는게 부끄럽다고 단 한번도 당당하게 당신이 벌어온 돈 써본 적 없다고 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나 그 돈으로 즐거운 삶을 누린다. 그래서 송강호는 내가 누구때문이 이짓을 하는데... 라고 울면서 라면냄비를 집어던진다.

결국 내 손 더럽히지 않더라도, 진흙탕을 치우지 않는한 누군가는 그 진창에서 전쟁같은 삶을 치뤄야한다. 그러면서 내 손 더럽히지 않았는다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다. 그런건 자위도 아니고, 그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밀어넣었다는 죄의 자백이다.

진흙탕이 분명히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우아한 삶인가.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도종환, 강
2007/04/24 00:14 2007/04/24 00:14
4월 들어 계속 걸핏하면 짜증을 부리고있다. 약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고 몸이 힘들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오늘은 열이 조금 오르자, 이제 곧 20대 후반(...)의 나이에 마치 감기에 걸려 몸이 아프고 잠도 설쳐 투정부리는 갓난애처럼 굴었다. 가깝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짜증조차 표현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들은 이해 해 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계속되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라면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다시말하지만 이제 곧 20대 후반의 나이.


참 그리고, <우아한세계>는 재미없었다. 극장에 가서 티켓을 산 후에야 알았지만, 이 감독의 전작도 극장에서 보게 되었는데(어쩌자고!), 영화가 끝나고 엘레베이터를 나서면서 '일기는 일기장에'류의 댓글이 생각났다. 일기는 일기장에, 습작은 노트에....
2007/04/23 01:16 2007/04/23 01:16
비겁하게 날씨탓을 좀 해보자면,
날씨가 좀 맑았으면 좋겠는데 하늘이 좀 개었으면 좋겠는데 꽃이 피고 또 질때까지 4월 하늘은 내내 흐리고 따스한 햇살은 한번도 내리지 않았어. 꽃이 피었지만 하늘은 그 꽃과 같은 색이었고 꽃이 날리는 바람은 차갑기만 할 뿐. 그렇지만 날씨탓을 하는것이 비겁한 까닭은 그래도 꽃은 피고 또 진다는 것이지. 핑계대지않고.
2007/04/18 14:48 2007/04/18 14:48

  회귀 / 김지하
  --------------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로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은 가네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 가네.





몇일 날씨가 따스했더니 주말 동안 벚꽃이 피었다. 이번주에는 벚꽃이 한창이겠다. 목련은 지금이 딱 좋은 때다. 목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들 비슷한 이유이겠지만, 목련이 떨어지면서 상처난 그 잎의 지저분함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취향이 바뀌는 것인지, 아직은 목련이 지저분할 때가 아니라 그런것인지 올해는 유난히 목련이 좋다. 자꾸만 목련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김광석의 회귀를 부른다.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잎씩 꽃은 흙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한 그리움 움트고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저 꽃들은 가네. 젊은 날 빛을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만 뒤에 남기고 긴 기다림만 여기 남기고 젊은날- 이 시를 쓴 김지하가 생명운동가 김지하인지 투사 김지하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리로 저리로 아메리카로 유럽으로 가는 많은 젊음들을 본다. 한때 빛을 뿜었던 그들은 잊고도 살아가고 배반의 길로도 가고 또 계속해서 그 길로도 간다. 잠시,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난 수많은 '한때 운동권의 수뇌부'였던 젊음들을 생각한다. 그들도 역시 한 때 빛을 뿜었던 젊은 날이 있었을텐데. 어디에 있던 어느 곳에 있던 어떤 삶을 살아가던 그 빛을 뿜던 젊은 날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몇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 나의 빛을 뿜는 젊은 날은 언제 일까. 언제 였을까. 나는 그 빛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한 주 동안 한번도 학교에 가지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방에서 쭈욱 잠을 잤다. 스틸녹스 레메론 팍실 리보트릴 네가지의 약물이 조합해 낸 결과다. 나는 그 주에 두번쯤 심하게 짜증을 냈고, 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했다. 자해에 대한 충동을 계속해서 억눌러야 했다. 괴로웠고 세번쯤 울었다.
빛을 뿜어내는 젊은날이라.

사과나무와 포도나무의 시기는 다른 법이라는 월든의 한 구절로도 위로 해 보고,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이정하의 시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다는 도종환의 시로도, 그리고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깊은 땅 속에서 수액을 빨아 올리는 삶의 모습으로도 위로 해 보지만, 빛을 뿜어야 할 젊은 날, 이제는 완연한 봄인데 아직도 긴긴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 나는 또하나의 시가 떠올랐다.


  시간퇴행(時間退行)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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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007/04/10 01:07 2007/04/10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