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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젊은 날 (2) 2007/04/10

  회귀 /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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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로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은 가네
  목련은 피어
  흰 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네

  가네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 가네.





몇일 날씨가 따스했더니 주말 동안 벚꽃이 피었다. 이번주에는 벚꽃이 한창이겠다. 목련은 지금이 딱 좋은 때다. 목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들 비슷한 이유이겠지만, 목련이 떨어지면서 상처난 그 잎의 지저분함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취향이 바뀌는 것인지, 아직은 목련이 지저분할 때가 아니라 그런것인지 올해는 유난히 목련이 좋다. 자꾸만 목련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김광석의 회귀를 부른다.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찢겨 한잎씩 꽃은 흙으로 가네. 검은 등걸 속 애틋한 그리움 움트고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저 꽃들은 가네. 젊은 날 빛을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만 뒤에 남기고 긴 기다림만 여기 남기고 젊은날- 이 시를 쓴 김지하가 생명운동가 김지하인지 투사 김지하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리로 저리로 아메리카로 유럽으로 가는 많은 젊음들을 본다. 한때 빛을 뿜었던 그들은 잊고도 살아가고 배반의 길로도 가고 또 계속해서 그 길로도 간다. 잠시,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앞에 나타난 수많은 '한때 운동권의 수뇌부'였던 젊음들을 생각한다. 그들도 역시 한 때 빛을 뿜었던 젊은 날이 있었을텐데. 어디에 있던 어느 곳에 있던 어떤 삶을 살아가던 그 빛을 뿜던 젊은 날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몇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 나의 빛을 뿜는 젊은 날은 언제 일까. 언제 였을까. 나는 그 빛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지난 한 주 동안 한번도 학교에 가지않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방에서 쭈욱 잠을 잤다. 스틸녹스 레메론 팍실 리보트릴 네가지의 약물이 조합해 낸 결과다. 나는 그 주에 두번쯤 심하게 짜증을 냈고, 내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했다. 자해에 대한 충동을 계속해서 억눌러야 했다. 괴로웠고 세번쯤 울었다.
빛을 뿜어내는 젊은날이라.

사과나무와 포도나무의 시기는 다른 법이라는 월든의 한 구절로도 위로 해 보고,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이정하의 시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다는 도종환의 시로도, 그리고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깊은 땅 속에서 수액을 빨아 올리는 삶의 모습으로도 위로 해 보지만, 빛을 뿜어야 할 젊은 날, 이제는 완연한 봄인데 아직도 긴긴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 나는 또하나의 시가 떠올랐다.


  시간퇴행(時間退行)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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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젊음은 아름답지 않았어
  가난이 질척거리는 길바닥 맨발의 슬픔으로
  그대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때로는 미농지처럼 바스락거리는 목숨으로
  마른 꽃잎 한 장도 끼워 두었지
 
  언제나 그대는 주소불명
  편지는 반송되고
  밤마다 허기진 불빛으로 돌아오는
  남춘천 마지막 열차

  나는 늑골을 적시는 겨울비에 진저리를 치면서
  사랑을 예찬하는 모든 시인에게 침을 뱉았어
 
  통금이 임박해 오는 목로주점
  밤마다 흐린 백열전구 불빛에 흔들리며
  차라리 자살한
  어느 저음가수의 통속한 생애를 예찬했지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어
  인생은 지느러미를 잘리운 채로
  어두운 바다 절망의 동굴 속을 헤엄치는 꿈
 
  내 시간의 폴더에는
  불러오기 파일이 손상되고
  어느새 무서리 내리는 지천명
  잠결에 듣는 바람소리에도 온 생애가 펄럭거리네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날을 회상하면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돌출하는 메시지
 
  '당신의 인생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2007/04/10 01:07 2007/04/10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