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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와 싸움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7/09/29 00:14
함께 산지 3년만에 일루와 싸움(?)을 하였다. 사실 내가 기분이 매우 안좋았는데, 일루가 오늘따라 자꾸 거실로 나가려고 했다. 거실은 금지된 곳. 주택이라 복층 구조인데, 일루에게 허락된 공간은 2층(내방과 동생방) 뿐이다. 일루는 내가 방에 있으면 1층에 내려가지 않고, 내가 집 밖에 나갈때는 내 방에 갖혀있으며, 내가 1층에 있으면 자꾸 내려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뭐 많이 혼나서 실제로 내려간 횟수는 별로 되지 않는다. 사실 여태까지 3년동안 화분 1번깨고, 본가의 벽지를 한 5군데 뜯었지만 버릇을 고쳤고, 역시 본가의 쇼파를 아주아주 조금 할퀴었지만 뭐 이건 또 이럴지도 모른다. 쇼파 역시도 접근이 불가능한 1층 거실에 있기 때문에. 아무튼... 별로 말썽을 부리지 않는 고양이(안그래도 눈엣가시인데 말썽까지 부렸다가는 본가에서 당장 버림받을것이다)인데 오늘은 내가 방에 있는데도 자꾸 1층으로 내려가길래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뛰어내려갔다. 안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너까지 왜이러는거냐! 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나버려서, 일루에게 좀 화를 내고 방문을 닫아버린 뒤, 냉정하게 외면하고 컴퓨터앞에 앉았더니 미안하다는 뜻인지, 화해의 제스쳐인지 내 옆에 앉아서 키보드에 비비적 비비적거렸다. 나는 좀 웃겼지만 니가 자꾸 말을 안들어서 화났다! 는 표현을 좀 더 강력하게 하고싶어서 귀찮게 하지말고 저리가! 라는 식으로 일루를 살짝 손으로 밀어냈더니 자세를 고쳐앉아 다시 비비적거렸다. 나는 좀 더 값을 올리기 위해-_- 외면했더니 일루는 잠시 털을 손질하다가 잠들었다. -_-;;;



아... 나의 인간관계의 취약함이란. 한 번 신뢰가 깨지고 나면, 평소에는 뭐 잊고 지낼 수 있지만, 위기가 닥쳐올때는 어김없이 생각나서 나를 힘들게한다. 더군다나 나처럼 망상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좋지않다. 제길. 뭐 요즘 나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사니까 계속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포스팅을 계속 하는 것은 친구도 안만나고 다른 사람들도 안만나고 아무 생각도 안하니까.-_-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끈이 몇 개 없다. 그 끈들 중에 몇개만 흔들려도 곧 추락할 것 같은 위기감 속에서 그럭저럭 평화인지 무위인지 모를 상태를 유지하며 도식하고있다.
2007/09/29 00:14 2007/09/29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