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석, 습지생태보고서, #54 :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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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습지생태보고서, #54 : 그렇겠지?
이제 또다시- 몇일씩 자고 몇일씩 자지 않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윈도 재설치. 혹자는 컴퓨터기사를 불러 해결하고, 남자친구를 불러 해결하기도 하고, 그냥 친구(또는 자신이 관리하는 대학원생-_-이나 직장 후배직원이라던지...)에게 밥 한번 사주고 해결하기도 하며, 그냥 친구를 컴터 고쳐달라고 불러서 구실을 만들어 이러쿵 저러쿵하여 작업에 성공 한다거나-_- 뭐 아무튼 많은 방법이 있고, 그 중 하나는 역시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다.
뭐 예상하겠지만,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98%가 거대 자본에 저항하는 위대한 혁명 해커 동지들-_-의 공헌으로 쓰고있는 불법 유출 프로그램이고 윈도우 역시 마찬가지. xp를 깔다보면 날로 진보하는 기술에 놀라게된다. 처음에는 윈도 시디키가 자동 입력되는 윈도 설치시디가 등장! 오... 시디키를 따로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군. 그 다음엔 무인설치 시디 등장! 오... 파티션만 잡아주면 건드릴 일이 없잖아! 이름을 내맘대로 못써서 좀 그렇지만 짱편하다! 윈도 테마와 트윅 등 설정을 탑재한 윈도시디 등장! 오오 대단하군. 하지만 뭐 내 마음에 딱히 드는건 없군. 최근에는 각종 드라이버를 통합한 윈도시디 등장! 으아아아아아! 최소한 온보드 랜카드 사운드카드와 웬만한 그래픽카드까지. 그냥 윈도 새로 깔았다가 랜카드 못잡아서 피시방 가서 담아오는 귀찮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리고 바야흐로 윈도테마+각종드라이버+필수프로그램(오피스와 뭐 백신 등등)을 탑재한 윈도시디 등장! 이젠 그냥 윈도우를 깔고, 바로 쓰면 된다. 아아. 기술은 진보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편하게 해결하려는 인간의 노력의 결정체. 윈도 불법 유출본.
사는게 너무 심심해서 몇가지 게임을 깔다가 그 설정때문에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를 새로 깔다가 좀 짜증나는 일이 발생해서 윈도우를 새로 깔았다. 더이상 건드릴 것도 없고, 영화감상을 위한 코덱과, 필요한 몇가지 프로그램, 간단한 포터블 프로그램만을 깐 가벼운 C드라이브. 이전에는 C드라이브가 22기가, 지금은 8기가가 채 되지 않는다. 어떤 윈도우가 좋을까 싶어서 이것 저것 한 3~4가지를 깔아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요즘 일 구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용산에 가서 컴퓨터 조립하고 윈도우 설치하는 아르바이트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컴퓨터 기사를 부르기 부담스러운 혼자사는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한 방문서비스!를 광고했다가 차갑게 외면당하는-_- 상상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느닷없이 오늘이 발렌타인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며칠전에 지하철 무가지에서 밸런타인. 이라고 쓴 것을 본 것이 기억났고. 오렌지와 어륀지를 이용한 영어몰입개그가 생각이 났고. tesol수료하면 영어교사를 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떠올랐고. 급기야 아침 밥상에서 나에게 영어공부 방법론을 설파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대성하라고 이야기 하는 아버지가 내 머릿속을 점령했다. 아아. 정말 세상도 진보하는것일까. 과연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은 어떤것일까. 조금이라도 더 갖고 더 잘살려는 인간의 노력의 결정체. 자본주의.
아무튼 이런 나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항상 짐이 많고, 방안에 뭔가를 쌓아두게 된다. 나와 함께 살았던 친구 ㅎ는 잘 알리라. (미안 ㅠㅠ) 심지어 나는 중, 고등학교때의 공책, 시험지, 각종 유인물 따위를 3번의 이사 와중에도 대학 4학년때까지 간직하고 있었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자주 들춰내어 보는것도 아니면서, 그저 버리지 못할 뿐인 것이다. 최근에... 그러니까 현재의 집으로 이사한 1-2년 사이 이것저것 낡고 쓸모는 없으면서 집착때문에 갖고 있었던 것을 꽤 버리게 되었다. 갖고 있을 뿐, 나와 함께 있던 것들이 아니라 별로 아쉽지도 않았다.
어제는 새해를 맞아, 그리고 내 방으로 이사온 뒤 아직도(6개월 넘게)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죄다 정리해서 버리고, 치우고 했는데 예전에 다 버린줄 알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시험지 한장이 나왔다.
서술형 2번.
북한 역사학계에서는 후기 구석기인(승리산인, 약2-3만년 전)을 여러 가지 유전학적인 특징을 기초로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본다. 그러나 남한 학계에서는 신석기 인들을 우리의 조상과 관련있는 사람들로 추론한다. 남한 학계가 이렇게 추론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본다면?
(아마도)답을 몰랐던 2000년 봄의 18세 백아형은 이렇게 썼다.
발가락이 닮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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