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옷을 사야겠다. 지난 1월말에 돈을 벌기로 결심하고 면접을 보기위해 생애 처음으로 흰 셔츠와 검정 자켓을 샀다. 그런데 오늘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덥고 힘들었다. 오늘 면접을 봤다. 처음 돈을 벌기로 결심하고 부푼 꿈을 갖고 정성들여 고래가 그랬어에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가타부타 연락도 없었고, 학교에서 하기로 한 아르바이트는 재학생이 아니란 이유로 마지막에 거절당했다. 나는 아르바이트 검색과 이력서쓰기를 매일매일 되풀이했다. 50장 정도. 평균 하루에 한 장 씩은 쓴 셈이네. 연락이 3군데에서 왔고, 오늘도 면접을 봤는데 오늘 중으로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 8시 30분 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면 대략 즐. 작년 1월에 부산에 가서 장어구이에 소주를 먹으면서 먹고사는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고싶어요. 그런 말을 했었다. 그때 그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러셨었다. 니가 아직 나이를 덜 먹었네. 그땐 그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한 1년 정도는 그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이 맞았다.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에 나오는 말을 빌자면, 그래 이건 그냥 아르바이트야. 죄짓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하는 그냥 아르바이트. 이렇게 생각하며 이력서를 보냈다.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한달이 지났을 때 쯤, 나는 이력서에 경기지역고졸검정고시를 지우고 대학 졸업만 남겼다. 그리고 갖은 이력을 동원해 적었다. 그래봤자 2차례의 아르바이트, 운전면허를 포함해 2개의 자격증. 그 것 뿐이었다. 돈을 많이 주는 곳, 일에 배움이 있는 곳, 집에서 가까운 곳, 몸이 힘들지 않은 곳... 아르바이트 선택의 여러가지 고려할 점 들. 그런 곳에선 단 한차례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내키지 않는 곳에 두어번 연락이 와 면접을 봤지만 끝내 재연락은 오지 않았다. 나는 왜그렇게 어렸던 것일까. 나는 왜 그렇게 몰랐던 것일까. 그 근거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것일까. 도대체 무엇이였을까 내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알 수 없는 허세는.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곧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었지. 부끄럽지 않게 살고싶다고 했던 나는 지금 그저 무엇이든 돈을 벌고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천박하다고 여기면서, 그러나 그 조차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좌절하면서, 또 그런 나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자존심이란, 고작 삼성에 이력서를 내지 않는 것, 교총에 전화를 걸지 않는것 그런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곳에 연락을 했어도,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그리고 삼성과 현대, 그리고 NHN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도대체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걸까. 나는 거창한 취직을 바란것도 아니며 그저 한 석달 돈을 벌 아르바이트를 구할 뿐이다. 스물 여섯, 어처구니 없는 성적으로 대학 졸업, 현재 아르바이트 구직 중. 이럴 줄 알았으면 졸업하고 바로, 아니 지난 겨울에라도 대학원에 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애당초 틀린 이야기다. 이럴 줄 알았을 리가 없다. 이럴 줄 알면서도 이렇게 했을 리가 없다. 나는 그저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 생각되는 것을 해치웠을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지금의 모범답안도 알고있다. 괴로운 시간이지만 꾸역꾸역 집어 삼키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과연 버티면 좋은 날이 올까. 과연 이것 또한 지나갈까. 좋은날이 오기전에, 나는 꾸역꾸역 집어 삼킨것을 꾸엑꾸엑 토해내게 되지 않을까. 봄 옷을 사는 일은 과연 가치있는 일일까? 겨울 자켓을 입고 가서 면접을 통과하지 못한것은 아닐텐데. 나는 아직 자기소개서에 온갖 입에 발린말로 나의 지난 삶을 치장해서 적을 넉살은 없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이렇게 또 한달 쯤 지나가게 될까. 세상의 변두리에 서있음. 혹은 세상에 편입하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음. 그 사이에서 무엇이 나를 설명하기에 더 적합한 표현일지 고민하고 있을까. 울고싶을 지경이지만 너무 약을 많이 먹어서일까, 그것이 다행인걸까, 잘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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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인간이 너무나 많아... 너같은 인간도 많고...
쓰레기 취급당하는 노는사람이 너무 많아..
이 난리를 쳐서 고작 88만원 세대로 편입한다는 게 참... 우습지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래도 봄옷을 사야겠다는 결심은 장하구나
움... 역시 그래도 사야겠죠?
돈을 벌진 못하지만 쓸수는 있지말입니다!!! ...뭐라는거야-_-
뭐가 잘 되는 때가 있고 안 되는 때가 있는 거지
그 기간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겪는 동안에는 삼일이든 삼년이든 무조건 끝없이 느껴지는 거지
자 저울에 올려놔
잠깐 혼자있는 방안에서 쑥쓰럽고 부끄러워도 넉살 좀 부린 이력서를 써볼 것인가 말 것인가...
내 생각엔 취업전선에 긍정적 효과는 있을 거야 100%는 아니지만
가난은 영혼을 타락시킨다
(비커밍 제인 영화에 나온 말)
타락 하기 전에 영혼을 지키는 건 고결한 일인걸
결국 영국에간 손군이 한개 써줬어 자기소개서-_-;;
부끄럽기란 마찬가지지 -_-)y=o0
결론은 넌 열심히 잘하고 있고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는 거야
잠 잘자고 밥 잘 먹고 그러고 있어
학교 오면 저나하고
웅 원래 이번주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날이 바로 이글을 쓴날... 바로 면접보러가느라고 전화못했슈. 담주에 만나.
오우 해자 오랜만이삼ㅋ
내가 한동안 이력서 쓰기 놀이를 해야만 했을 때, 나의 20대를 통째로 부정해야만 하는(아니 부정한다기 보다는 이력서에 쓸 수 없는 것들이기에, 이력서가 텅텅 비어버리는) 그런 사태에 직면하여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한 번 쓰고 나면 온몸에 기운이 쭉 빠져버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술을 한 잔 해야만 잠을 잘 수 있는 나날들이 계속되었지만, 아무튼 그것도 반복해서 하다보면 언젠가는 대한민국 평균 이력서에 비슷해져버릴 수 있기는 하지.
얼마전에 박모형의 '다들 그렇게 살어'라는 발언에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력서는 남들 쓰는 만큼 써보는 것도 힘들지만 좋은 경험(ㅠ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함. 뭐 뽑는 사람들도 이력서 꼼꼼히 보고 이게 다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걸? ;;;;
다만, 돈 버는 일의 그지같음에 대해서도 미리 각오해 두길... ㅎㅎㅎ
그렇겠죠? 저의 소심함과 붙임성 없음을 '주변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고쳐버리는 손군의 놀라운 능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아 학생일땐 졸업하고싶고, 졸업하니 돈벌고싶고, 돈벌면 또 쉬고싶을테고...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ㅎㅎ.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네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위의 리플들이 증명하는구나. 언제나 힘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넌 잘하고 있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