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도시가 꽤 아기자기 하니 괜찮았고 비가 온적도 없기때문에 그나마 사진이 많은 편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어떤날은 힘들어서 카메라를 안갖고 나가고 어떤날은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필름을 잊고 나가고해서 사진이 그다지 많지가 않다. 필름 20롤을 가져가면서 모자라면 그때그때 충당해야 할텐데, 필름가격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뭐 돌아오고 보니 12롤 밖에 쓰지 않았다. 피곤하고 귀찮으면 안찍었고, 실내에서나 밤에는 사진을 잘 찍지 않았고, 그런저런 이유들. 작지만 성능이 좋은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으면 좀 더 많이 찍었으려나 모르겠는데 음, 그래도 귀찮은건 귀찮은거라서.
어딘지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난다-_- 음 관광의 중심가 즈음의 거리. 여행 책자나 지도 등을 열심히 보고 다닌것도 아니고, 사전조사를 한것도 아니라서, 보기는 봤으니 무엇을 보았는지 알수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귀찮아서 그랬는데, 돌아보면 조금 아쉽다면 아쉽지만,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구경하는것도 좋았다. 여행에서까지 짜낼 여력이 없었다, 고 변명하겠다.
공사중인 건물이 너무 많았다. 어느 여행 안내 책자에는 "바르셀로나는 지금 공사중이다" 라고 써있었다.-_-;;
그리고 이 건물과 광장 주변에서는 10대 아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무언가 서명과 돈을 받고 있었는데, 돌아다니면서 나는 그들을 7번 정도 만났다. 하지만 그들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고,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는데 서명을 하고 돈까지 낼수가 없었으므로 계속해서 그들을 지나쳤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이제 갓 변성기를 지나고 있는듯한 열 너냇살 정도의 소년이 나에게 또다시 사인을 권했는데, 그가 너무 정열적으로 나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들이밀어서 조금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나, 그 소년의 설명은, 그냥 여기에 이름을 적고, 돈을 주면 된다, 는 것이었다. 뭐 서로 영어가 짧아서 그랬을 것이다. 결국 미안하다고 돌아서는데 그 소년은 나에게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페인어)&%$^# WHAT TO SIGN!!!!!!!!! #$#^%^*^&" 그 소년의 동료들이 다가와 소년을 말리고 나는 멍해져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의 불만이 무엇이었는지, 그는 왜 서명을 받아야 했는지, 뭐 그런건 잘 모르겠지만.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여행객이, 고작 사인과 몇 유로의 돈을 아까워 한다는 것이 가소로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또 나는 뭘까, 그에게 나는 무엇일까, 여기서 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앉아서 한참 했다. 답은 모르겠다.
이 골목의 안 어딘가에 피카소 뮤지엄이 있다. 미술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대한 조예가 없으며 특히 추상화를 보면 뭐 어쩌라고-_- 라는 감상을 주로 하게되는데, 피카소 박물관은 꽤나 좋았다. 바로크 미술에서 잘 알려진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을 (물론 이 그림을 봤을때 작가와 제목이 떠오른건 아니다-_- 그냥 바로크 미술의 잘 알려진 그림이고 뭐 어느 공주를 그린거고... 그런것들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지식검색은 추후 네선생에서-_-) 패러디한 그림들이 몇십가지나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렇다. (사진 출처는 네이버)
벨라스케스의 원작
이건 뭐 디씨 합성갤도 아니고-_- 이 꼬마 공주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그림 한 번 그렸다가 이토록 수난을 당하나-_-;; 하며 웃으며 보기 시작했지만 끝에 가서는 피카소가 보는 세계에 대해서 조금 느껴본 것도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 평생 추상화를 보며 무언가를 이해했다는 느낌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가우디. 난 사실 가우디라는 양반을 전혀 몰랐었다. 대략 시공하기에 정말 어려울것같은 건물들, 그리고 설계 도면이 없을것 같은 건물들, 그리고 한국의 목욕탕 타일같은 건물들, 뭐 그런것들. 성 파밀리아 성당에 가면 그의 생애와 그가 건축의 모티브를 어디서 얻었는지 설명해 놓은 코너가 있는데, 어릴때 부터 류머티즘등에 시달리며 골골거리고 시골에 살다 보니 자연을 건축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여기서 부터 구엘파크
여기에 물을 채우면 대략 목욕탕이 되지 않겠나-_-
성 파밀리아 성당
사실 뭐 다른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크게 감명 깊었던것은 아니고, 다만 이 우울한 표정들이 마음에 들었다.
성당 전면 외벽을 채운 조각들로, 정말 오래 이 조각들의 표정을 바라다 보았다.
이례적으로 건물 안에서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사실 여기도 공사중이다. 하지만 보수 공사 같은게 아니라 아직 미완성. 가우디는 죽었고, 뭐 100년 안에 안끝날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입장에 돈을 받는다. 음-_- 그리고 관광객을 받으면 도대체 공사는 언제하는거지?
이건 좀 흔들리고 구도도 안맞지만 아무튼 저렇게 아시바와 시멘트 푸대들이-_-
후면 외벽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거리들
뭔지 모르겠지만 올빼미. 귀여워서 한번 더.
저 이상한 콘헤드 같은 건물은 뭔지 잘 모르겠으나 바르셀로나에 들어서면서 부터 눈에 거슬렸다. -_- 보면 도시들 마다 이상한 건축물들이 꼭 하나씩 있는듯 하다.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그렇고 (가까이 가보니 너무 크고 흉물스러웠다) 뭐 베를린에선 TV타워가 그랬고... 그래서 여기에도 근처에 가보지 않았다. 그냥 사진만 찍었음.
그리고 왠지 봐야할것 같아서 투우를 보았다. 요약하자면 소냄새와 피냄새가 역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한마리의 소를 이지메 하는것이 계속 반복되며, 하다못해 극적이거나 재미라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계속 소를 고문하며 서서히 죽이는 것, 이라는 느낌. 여행중에 마드리드에서 투우를 재미있게 보았다는 사람을 만났는데, 카탈루니아(바르셀로나)에서 봐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어쨋든 투우는 다시 보고싶지 않다. 투우장 밖에는 No More Blood, Stop Turtures. 따위를 적은 피켓을 든 시위대들이 있었다. 보다가 중간에 나와서는, 시위대가 무서워서 길을 못건너고 돌아갔다. 혹은 부끄러워서일지도. 뭐 바로셀로나에서 조만간 투우는 금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종이 다른 종을 대하는 자세(
현병호)"의 문제는 계속되고, 우리는 광우병 소를 기르며, 더 많은 고기를 먹기위해 인간을 굶겨죽인다.
해변에 갔으나 너무 더웠고 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나는 수영복 따위를 챙겨가지 않았기 때문에 좀 한적한 곳에서 한국에서처럼 대충 옷을 입은채 놀기를 원했다. 그래서 해변가에 잠시 앉아 경치를 구경하며 토플리스 아가씨들을 기대했으나 토플리스 아주머니들 뿐이었고 그래서 주로 여기저기 걸어다녔다. (이후에도 지중해에 몸을 담그기 위한 노력과 실패는 계속된다.) 파리에서도 처음 하루를 제하고는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뭐 지하철이 그닥 좋아보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파리 도착 첫날 낮 12시에 지하철역에서 노상방뇨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고- 땅속으로 다니면 구경도 못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알수 없고 해서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 노선도와 지도를 같이 놓고 한참 연구를 해야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일주일동안 지하철은 한번도 타지 않았으며, 버스 10회 이용권 T-10을 구입하여 1회를 남긴채로 떠났다. 여행에서 가장 많이 걸었던 곳이 바로셀로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샹그리아를 잊을수 없다. 음 샹그리아는 와인 레모네이드 진토닉 럼 그리고 오렌지. 뭐 집마다 대충 알아서 만드는 것 같고 대충 그정도를 넣어서 만드는 술. 와인을 비롯한 발효주를 싫어하기에 와인 한 잔 먹어본 적이 없지만(돈도 없다) 샹그리아는 아름다웠다. 허허. 또 먹고싶다.
바르셀로나까지는 그래도 모든것이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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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게도 너의 글 속에서는 뭘 먹고 살았는지는 잘 안써져 있구나;;
아... 사진 위주로 글을 쓰다보니-_- 음식사진은 안(못)찍거든요. 일단 밥먹으면서 찍기도 웃기고 귀찮고. 또 실내인 경우가 많고 음식점이 밝은것도 아니니까 사진도 못찍고 해서요. ㅎㅎ 봐서 음식에 대한것도 한 번 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