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조건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9/05/25 13:08
0.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비록 화가나고 안타깝고 바보같고 극단적이고 파괴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삶을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1.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몇가지 이유가 있다.
내일이 도저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때 사람들은 절망한다. 지금 너무나 괴롭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 될 때,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 생각할 때.
지키고 싶은것이 있는 사람들 만이,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 될 때 포기하게 된다. 흔히 nothing to lose, 라고도 생각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잃을것이 없을때는, 무언가 포기할 것 조차 없다. 더 나빠질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선택하는것은 약자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누군가 주변 사람이 삶을 버린다면, 우리는 대개 화를 낸다. 상처 받는 것이다.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그게, 복수인거다. 절망과 포기의 끝에서 남은 분노, 또한 자신에 의한 자신의 타살, 그렇게 자신과 타인에 대한 복수.
그의 선택 역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 그가 최근, 조사를 받으면서 마지막으로 홈페이지에 쓴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 곳에 더이상 이런 내용의 글을 쓰지 않겠다, 피의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고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던것 같다, 자신을 잊어달라, 는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그 때 그 글을 읽고 든 생각은, 역시, 그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내가 이라크파병으로, 한미FTA로 그렇게 싸웠던 그는 역시 이런 사람 이었구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구나. 나이브하고, '좌파신자유주의'라는 진담 반 농담반의 말을 하던 그에게, 그런 싸움들이 소용이 없었던 이유가 이런거였구나. 아마 여기까지가 그의 한계 일테고, 또 어쩌면 그만큼 그에게는 이것 밖에 없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것들을 잃고 있구나, 하고 생각 했었다.

3. 그리고 결국 0523 새벽.

4  이런 인간을 비교한다는 것이 미안하지만, '전두환도 사는데...' 라고들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전두환은, 지키고 싶은 것, 잃을 것이라곤 29만원 밖에 없고, 그 29만원은 공고히 지키고 있으니 잘 살수 밖에 없는것이다.

5. 혹자는 노무현을 헤어진 애인이라고도 말한다. 나는 무엇이었을까, 난 그에게 투표 한 번 한적 없고 곳곳에서 나는 그와, 혹은 그의 주장들과 싸우고 얻어맞고 욕하기도 했다. 애인, 이라고 할 만한 연심을 가진적이 없지만, 조금은 기대와 실망도 했고, 그를 싫어하기도 했지만, 그를 조롱하는 이들처럼 경멸하진 않았다. 어쨋든 그는 내 20대 전반기의 안에 있었다.

5. 어떻게 추모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추모에 대한 논의들도 보고 있으면, 의미 있는 주장들도 있고, 제발 그만 좀 말했으면 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다. 단어의 논란,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 고인에 대한 지나친 미화 등등. 또한 죽은 자에 대한 지나친 면죄부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감상들이 답답하긴 하지만, 그런 만큼, 그것이 보편적인 망자에 대한 정서임에도, 경찰병력으로 추모를 제한하는 이들은 정말... 뭐라 표현 할 말이 없다. 그 결과와 책임은 반드시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6. 다만 지금, 조용히ㅡ 떠난 이의 명복을 빈다.

7. 그리고, 이 남은 산 자들의 시간. 그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 낼 것인지. 고민이다 그거. '다음에 나 대신 죽을 사람'을 고르는 이 무서운 한국 사회에서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8.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 어떤 인간의 어떤 행동도 그것이 사회적 맥락안에서 읽어질 때, 정치성을 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정치적으로 무의미할 정도의 영향일 수 있겠지만 어쨋든 노무현씨의 죽음은 현재로서는 정말 큰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읽어야 하고, 그의 죽음은 정치적이다.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는 말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화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표명하는 발언이 된다.

9. 종로에 갔더니,
사람들과 우리들의 시대가 묻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흘러가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검은 상복을 준비해 줄을 지어 서있었다.
넥타이 맨 검은 새들, 과연 앞으로 어떤 행동과 주장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그들의 날개짓을 향하게 할 것인지.
돌아오는 길에 이 노래를 들었다.
추모곡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요일 시청 앞 풍경에 대한 나의 소회.


하... 일단 여기까지. 약먹고쓴거라 이해를........
2009/05/25 13:08 2009/05/25 13:08

블로그 리퍼러 내용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점이 있어서, 다음, 구글,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최근 3개 글-

화물연대 파업, 트집 몇가지
최근에 만든 요리
믿거나 말거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골드 스타

의 어떤 단어 조합을 넣어도 네이버에서 검색이 안된다.
같은 단어 조합을 다음,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검색이 된다.

검색 차단의 빌미가 될 만한 것은, 한승수가 한글을 모른다는 내용 뿐인데.
내 블로그의 방문자나, 포털에서의 검색 순위에 대해 전혀 관심은 없지만,
차단이라니. 두고보자, 네이버. 두고보자, 한승수.

2009/05/21 08:48 2009/05/21 08:48

1.
[녹취:한승수, 국무총리] 녹취:YTN, 동영상:노컷뉴스
"집단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차주에 대해서는 각종 정부 혜택 중단 포함하여 운전면허 정지·취소, 화물운송 자격 취소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치를 취하지 않는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제재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죽창시위보다 한승수가 더 부끄럽다.
이명박은 2009년 5월 20일 14시 국무총리실에서 발생한 한승수의 `제재 조치 발언'과 관련해 "한 국가의 국무총리가 모국어를 잘못 사용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어 한국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한글이 제정된지 500년이 지난 시대에 이런 후진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는 않겠지.
한승수는 이명박 외계인 침략에 대항하는 잠입요원이었던걸까. 한승수, 지구를 지켜라.

2.
화물연대의 쟁의행위에 대해서, 노동부의 입장보다 국토해양부의 입장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 지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인가?

3.
"도심 대규모 집회는 원칙적으로 불허"
도심 대규모 집회를 무조건 불허. 라고 하는 것이 맞다. 원칙은 무슨.

4.
우리는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헌법 21조를 삭제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삭제해야한다.
더 말하기도 싫다.

2009/05/20 19:42 2009/05/20 19:42

백수인지라 몇달째 스스로 밥을 해먹는 중인데, 뭐 대충 냉장고에 있는것을 꺼내먹지만 가끔 뭔가를 만들기도 한다. 재료의 양이나 이런것은 관계없이 그냥 냉장고의 사정에 따라 대충 아무거나 섞은뒤 열을 가하면 요리가 된다...고 믿는다. -_- 재료의 조합은 자신을 마루타로 한 무수한 실험에 따라 귀납적으로 체득.

1. 마늘야채볶음(?)
의도 : 마늘을 좋아한다. 삼계탕에 든 푹 익은 마늘은 완전 소중. 심지어 농심 감자면을 좋아하는 이유가 건조 스프에 얇게 썰린 마늘이 있어서다. 그런데 완전히 다 익은 마늘이어야만 한다. 안 익은 마늘은 맵고 속아파서 못먹는다. 헌데 마늘이란게 두께도 있고 단단해서 잘 익질 않는다. 다진마늘이나 먹고, 고기 구울때 얇게 썰린 마늘이나 먹지, 통마늘을 먹을 기회가 없다. 뭐 비싼 요리엔 막 오븐에서 구운 통마늘 이런거 들어가는거 같던데...순전히 통마늘을 익혀서 먹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듬.
1) 통마늘을 먹고싶은 만큼 준비. 두어조각 잘라도 좋겠고, 난 그냥 뒀다.
2) 팬에 마늘이 잠길정도로 물을 붓고 마늘과 함께 끓임.
3) 물이 다 없어질때까지 계속 끓이며 냉장고를 탐색하여 마음에 드는 야채를 채집한다. 양파, 파, 피망이나 파프리카 등 ㅍ친구들이 기본. 젓가락으로 찔러보든지 해서 다 안익었으면 물을 더 붓고 더 끓임.
4) 채집한 야채는 적당히 썬다.
5) 물이 다 없어지면 약간 기름을 붓고 썰어둔 야채를 투하.
6) 간장으로 적당히 간을 맞춤
7) 볶고 싶은만큼 볶은뒤 먹는다.
8) 냉장고 사정이 허락하면 5-6의 단계에서 고기종류를 넣는다.

결과 : 괜찮다. 마늘은 좋아하는데 쑥을 같이 안먹어서인지 인간이 된다는 등의 유의미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2. 카레볶음면
의도 : 면을 좋아하고 카레를 좋아함. 요샌 인스턴트 카레면 이런것도 팔던데 그런게 나오기 전에도 난 카레에다가 면을 넣어 먹곤 했다. 카레 볶음밥을 만드려다가 냉장고에 면이 있길래 궤도수정.
1) 냉장고의 야채를 채집한다.
2) 야채를 썬다.
3) 면을 삶는다. 라면 우동 칼국수 스파게티 등등 다 해봤는데 국수 소면은 좀 그렇고-_- 난 칼국수면이 최고.
4) 면 요리는 늘 그렇지만 퍼지면 안된다. 좀 모자라게 삶음. 또 열을 가할거니깐. 시간을 맞추면 좋지만 못맞추면 꺼내서 찬물에 씻어둔다. 찬물 부어가며 삶는거 알지?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는다.
6) 간장과 카레 가루로 간을 한다. 카레로만 간을 하면 좀 속이 쓰리고 맛이 단순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간장에 들어있는 화학조미료를 첨가한다. -_-
7) 6)에 면을 투하.
8) 적당히 좀 섞고 볶은뒤 먹을만 하면 먹는다.
9) 알겠지만 면 대신 밥을 넣으면 카레볶음밥이 된다.
10) 볶음밥을 만들땐 계란... 에그 스크램블? 스크램블드 에그? 아무튼 그것을 함께 하는것을 추천.
11) 전에 집에 닭도리탕... 닭매운볶음탕? 아무튼 남은것과 카레(완성된)가 있어서 두갤 섞은뒤 면을 넣어 먹었는데 괜찮았다. 취향에 따라 매운 양념을 넣어도 될듯. 음 매운양념 하는법을 좀 익힐 필요가 있겠군. 귀납적인 방법으로. -_-

결과 : 맛있다. '볶음' '면' 이런걸 좋아하니 계속해서 체중은 증가.... OTL

3. 딸기잼
의도 : 딸기잼도 요리 맞겠지? 아무튼 딸기잼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어느날 엄훠니께서 딸기잼 사먹으니까 너무 비싸다며 딸기를 두박스 사오시더니 딸기잼을 만들라고 명하셨다. -_-
1) 딸기를 손질. 씻고 꼭지를 제거하고... 너무 귀찮다고 생각하였지만 단순노동은 이제부터가 시작....-_-
2) 손질한 딸기를 냄비에 넣고 끓임. 끓인다고 했지만 물은 안넣는다. 냄비는 무조건 크고 바닥이 두꺼워야함.
3) 엄훠니께서 끓이며 거품을 제거해야한다고 해서 했다.
5) 계속 끓인다. 조금 젓는다.
6) 끓이다가 뭔가 딸기국이 된것같은 느낌이 들면 딸기를 대충 으깬다. 다 안으깨도 된다.
7) 계속 끓인다. 가끔 젓는다.
8) 딸기 국이 대략 딸기 스프가 된 것 같으면 설탕을 넣는다. 넣고싶은 만큼 넣으면 되는데, 나중에 설탕을 더 넣을순 있어도 넣은걸 분리해서 제거할 방법은 없으니 한번에 다 붓지 말고. 딸기와 설탕 비율이 1:1 이면 된다고들 하는데, 그만큼 안넣어도 된다. 그리고 딸기잼을 많이 만들거면 좀 달게 만들어야 오래 먹는다.
9) 설탕을 넣은 뒤엔 타기때문에 쉬지않고 계속 젓는다.
9) 계속 끓인다. 죽도록 젓는다.
10) 호박죽 팥죽도 그렇지만 잼 만들때 끓으면서 엄청나게 튐. 제형(?)이 걸쭉하니까 기포가 밖으로 나오기 힘든거다. 걸쭉해 질수록 더욱 커다란 덩어리가 튐. 손이랑 얼굴 등 데니까 고무장갑 등 알아서 방어를...
11) 끓이다가 뭐 조금 맛을 보고 설탕을 더 넣던가 하면서 계속 끓인다.
12) 구도의 자세로 젓는다. '잼제작 마음 수련' 만들어도 될듯.
13) 대략 딸기 죽처럼 되면 점점 더 젓기가 힘들어 진다. 그래도 젓는다.
14) 딸기잼 비슷하다 싶으면 컵에 찬물을 담는다. 그다음 잼을 조금 찍어서 컵에 떨어트려 본다. 떨어진 잼이 무언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Yes->완성 No->13으로 리턴.
15) 불을 끄고 딸기잼이 식으면 좀 더 걸쭉해지는것을 감안해야함. 난 그런 생각을 안했더니...아니, 몰랐더니 잼이 좀 딱딱하다 ㅠㅠ
16) 잼을 식히는 동안 냄비 뚜껑을 닫으면 안된다. 색이 변한다고 함.
17) 인터넷을 보니 2)-7)의 과정에서 레몬즙을 넣으면 색이 예쁘고 뭐 어쩌고 한다고 한다. 난 안했다.
18) 전체 소요시간 4시간. 마지막 1시간 반은 계속 저음.

결과 : 팔아프다. 팔아프다. 팔아프다. 꼭 이걸 만들어 먹어야 되나. 그냥 사먹지. 팔아프다. 앗뜨거워. 앗뜨거워. 팔아프다. 앗뜨거워. 팔아프다. 팔아프다. 앗뜨거워. 앗뜨거워. 팔아프다. 이젠 다리도 아프다. 팔팔팔팔팔팔팔아프다. 제발 좀 그만 튀어라. 뜨겁다. 이제 잼이 되지 않았을까. 빨리 잼이 되었으면. 제발 잼이 되어주세요. 뜨겁다. 피곤하다. 팔아프다. .........맛있다.

2009/05/16 13:51 2009/05/16 13:51
쓰고싶은 내용은 좀 있는데, 잘 써지진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거라도 써본다.

아미도 이 블로그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LG가 아닌 금성, 골드스타와 치약 등을 팔던 럭키와(아파트도 있었지) 럭키금성으로 이어지는 기억을 분명히 갖고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성이라고 적힌 전자제품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엔 "금성초음파가습기"가 있다. 생산년도 1986년 12월. 동생이 태어나면서 마련한게 아닌가 한다. 이삼십대의 청년(아아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청년이던 시절이 있었다니!! 내가 어느새 나를 낳았던 어머니의 나이를 넘어섰다니!!)들이 특별히 아프지 않고선 가습기를 구입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일전에도 잠깐 썼지만, 호흡기질환때문에 가습기사용을 권장받고 있다. 귀찮아서 수건 몇 장으로 대신하기도 하지만, 정말 가습이 필요할땐 가습기를 사용한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수건을 열장 넘게 널어놓아야 가습기 사용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고, 실제로 써보면 가습기를 쓸때가 좀 더 편하다. 그런데 매일 가습기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귀찮아서다. 매일매일 가습기를 청소해야하니까.

다들 비슷하겠지만, 겨울에는 천식이, 봄에는 알러지 비염과 결막염등이 더 심해지곤 한다. 물론 천식이 더 위협적인 질병이긴 하지만 겨울에는 집밖에 안나간다거나-_- 감기만 조심하면 그럭저럭 넘길 수 있지만 봄부터 심해지는 알러지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특히 나는 더워지면서 더 지내기 힘든 편인데 요즘은 지구온난화인지 뭐 아무튼 봄이 시작되자마자 더워지곤 하니, 이삼월쯤 부터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다.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 한때는 회색과 아이보리색이었을 플라스틱 외관은 그냥 좀 어두운 누런색과 그냥 좀 밝은 누런색으로 변색되어 있고, 철제인 밑판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다. 아무리 봐도 청결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게다가 정말 문제인건, 외관은 직사각형의 아주 단순한 모양이지만, 내부가 너무 복잡하게 설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청소가 제대로 안된다. 하기도 힘들고, 아무리 해도 다 씻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마도 80년대에는 '가습기에 세균이 다량 서식할 수 있다'는 개념이 없어서 그냥 대충 만든것이 아닐까... 외관은 먼지가 쌓이면 닦기 힘드니까 요철이 없게, 내부는 뭐 상관 없으니까 그냥 만들기 편한대로 울퉁불퉁 하게... 그런 생각은 아니었을까... 당연하겠지만 80년대에도 '가습기를 한번씩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 가습기 내부에 '초음파 진동자를 청소할 때는 손이나 금속등으로 긁지말고 꼭 청소용 솔을 사용해 주십시오' 라는 문구와 함께, 작은 솔이 내장되어 있다. 그 솔을 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내부의 요철이 필요했고... 가습기와 마찬가지로 1986년에 생산된 작은 솔은, 내 손보다 훨씬 거칠다. -_- 손톱으로 긁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가습기를 사고싶다. 천식이 심해진 몇년 전부터 가습기를 자주 사용하면서, 엄니께 가습기를 사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엄니도 동의하셨다. 요즘 가습기가 별로 비싸지도 않고, 페트병 꽂아 쓰는 단순한 것들도 있고, 세균 걱정이 없는 가열식 가습기도 탐나고. 물론 정말 좋아보이는 복합식 가습기는 비싸고, 페트병 꽂아 쓰는 가습기에, 매번 새 생수병을 꽂아 쓴다는 사람도 봤는데 그건 좀 그렇지만. -_- 아무튼 새 가습기 구입의 이유도, 자금원도, 그리고 마음에 드는 제품도 완벽하지만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가 고장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1986년 이후로 무려 12번의 크고 작은 이사 와중에도 어디 부서진 곳 하나 없이 멀쩡하다. 분무량 조절이 좀 시원찮을 때가 있긴 하지만, 가습기로써 너무나 완벽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멀쩡한걸 버릴 순 없잖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자기전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를 분리해서 벅벅 씻은다음, 물을 채워 작동시킨다. 1986년 출생의 "금성초음파가습기"는 오늘도 꾸준히, 내 방에 H2O분자를 분무하고 있다. 성실하다.


아, 제목은, 삼미슈퍼스타즈 소제목에서.
2009/05/14 23:55 2009/05/14 23:55

바닥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9/05/01 23:26
조금 일부러, 조금 더 자주, 글을 써보려고 했다. 쓰고싶었던 내용도 있었고, 생각했던 내용도 있었고, 쓰다 만 내용도 있었지만, 한달동안 결국 하나도 쓰진 못했다. 오늘은 정말 좀 뭐라도 쓰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써본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가족이 아픈데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 경제력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부부간의 다툼에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한다면 그 폭력성과 인성의 바닥을 드러내는거고, 운전하다가 난폭한 운전에 욕설을 퍼붓는다면 그 순간 내 참을성과 언어생활의 바닥이 드러나는거다.

최근에 나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인가 하면 불친절한 쪽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사근사근하고 배려해주고 그런 면이 부족하다 나는. 그렇지만 내가 도울수 있는건 돕고, 피해 주지 않고, 되도록이면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점점 그런 노력들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다.

작년엔 길에서 소위 '도를 아십니까'에게 화를 냈다. 혼자 다니는 일이 많고, 만만해 보이고, 누가 접근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학교 다닐때도 심심찮게 만났고, 길에 다니면서도. 만만한 성격이라도 다행히, 귀가 얇지 않고, 다시 말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또 뭔가를 행동에 옮기기까지 많은 생각이 필요한 소심한 성격이라,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서 돈을 바치거나, 조상의 음덕이 부족한것 따위에 마음이 쓰이거나 한 적은 없지만, 나와 비슷한 성격에-거절 못하고, 만만하고- 좀 더 귀가 얇은 나의 동생은, 돈도 잃어보고, 솔깃하여 따라갈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_-;;
도를 아십니까, 뭔가 기운이 느껴지네요, 예수를 믿으세요(이건 또 다양하다, 단순한 교회 전도, 여호와의 증인, 또 알수 없는 성경 공부를 권하는 사람들...), 영문을 알고가세요, 통계조사좀 해 주세요(이런 이유로 통계 조사인들이 점점 더 어려워 지고 있다 ㅠㅠ), 제가 이번에 논문을 쓰느라 %^$이 필요한데 좀 도와주세요, 수가 느껴집니다. 등등...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매몰차게 거절하고 가야하는데, 일단 주변에서 누가 말을 걸면 항상 반사적으로 대꾸하게 되고, 또 정말 길을 물어보거나 통계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게 되면 끊고 떠나지도 못하고... 뭐 늘 그런 식이다.
작년 어느날 혼자 서울 시내를 걸어가다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 뭐 나에게서 뭔가가 나온다고 하더라-_- 최근에 힘든일이 있지 않았나요-시바 누구나 자기 인생은 다 힘든거지. 친척 어르신중에 아픈분이 있지 않나요-어른들 중에 어디 아픈데 없는 사람이 어딨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피곤하지 않나요-세상에 스트레스 안받고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 그것도 도심을 걸어가는 사람들 중에서. 뭐 이런 헛소리에 아, 네네, 아닌데요, 하다가 조금 짜증이 나서 저 생각 없으니까 이만 갈께요. 라고 말하는데도 계속 따라오면서, 나의 앞을 막으면서 말을 걸었다. 큰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좋게 말하면 우스워보입니까? 가시라고 했잖아요.
뭐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시당한다는 느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 억울함과 자괴감 따위의 감정을 그에게 전이한 것이다. 그렇게 나의 바닥을 드러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오늘은 노동절. 노동자도 아니고, 가봤자 낄데도 없고 해서 내키지 않았지만, 여의도에서 잠시 구경하다가, 손군과 놀려고 종로3가에 갔다. 그런데 시위 '허가(허가를 받아야 하는 순간 그건 시위가 아니다)'를 해주지 않은 경찰들 때문에 가두행진을 하지 못한 시위대들이, 도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가두시위를 하게되었고, 그들 중 일부가 종로3가에 왔다. 종로3가 지하철역 입구를 작고 동그란 방패와 곤봉을 들고 새로 지급받은듯 깨끗한 가드를 착용한 기동대 아이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의무복무하는 청년들이 아닌, 츄리닝 입은 직업경찰 기동대 아저씨들도 한가득 등장했고. 큰 방패를 들고 어딘가의 진입을 막으려는 태세가 아니라, 강제해산, 더 심하면 연행과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위협과 폭력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랜 맥주나 마시고 오랫만에 피자도 한 번 먹고 놀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안좋아 보이니 마음이 쓰여서 잠깐 단성사 앞에서 앉아 쉬면서 좀 구경을 했다.
역시나 곳곳에서 시위대들이 출현했고, 경찰들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뭐라고 하는건지 조금 궁금하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이다-_-) 뛰어들어가서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경험상, 시위대들이야 늘상 뛰어다니지만 경찰들이 뛰어다니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좀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하는데, 종로 3가 네거리에서, 강제 해산 시키던 경찰이 작은 방패로 누군가의 귀 옆을 내리치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인도의 난간에 기대서 보니 전동 휠체어 탄 장애인 아주머니 한 분도 경찰들이 스크럼을 짜고 가둬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난간에 기대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순간 이성을 잃었다. 말 그대로 이성을 잃었다. 원래 소리를 잘 지르지 않는 성격이다. 살면서 여태껏 그렇게 소리를 질러 본 적이 없었다. 때리지 말아라, 그만둬라, 그 사람 내보내라, 따위의 소리를 질렀고, 내가 사람들을 좀 선동한 격이 되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_-;; 난 인도의 난간을 뛰어 넘어서 뛰어들어가려고 했고, 손군은 격렬히 나를 말렸다. 경찰들이 나와 주변사람들을 막으러 인도 앞에 스크럼을 짰고, 나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야 이 $%$#%#야, 그 사람 내놔라, (말리는 손군에게) 넌 왜 사람들을 돕지 않아!!, 야 이 $^&%^넌 그러고도 밤에 잠이 오냐, 너는 그냥 군대 간 것 뿐이지 않냐, 넌 $#%^#시키면 다 하냐, 이$#%#$%같은 새퀴들아, 등등의 온갖 욕을 해댔다.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2분정도 소리지르는 동안 목이 다 쉬었다. 손군이 뜯어말리는데 화가나서 눈물이 나더라. 하얀 얼굴의, 대여섯살은 어린 눈들과 마주치고 욕을 해댔다. 그들은 모멸감과 적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유난히 얼굴이 희고 키가 조금 작았던 한 청년은 나의 욕설에 화가 나서 어쩔줄을 모르고 나에게 뛰어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겠지. 눈 앞에서 채증하는 플래시가 터졌고(그 무리들 가운데서 내가 제일 위험한 사람이었다-_-), 사진이 찍혔겠지만 뭐 별 일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어찌어찌해서 장애인 아주머니도 풀려났고, 나도 물러섰지만,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고, 또 그만큼 힘들었다. 목이 쉬고, 머리가 아파왔고, 우울해졌다.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니들은 집에서 할일이 없냐, 는 요지의 욕을 하자, 아 네, 할일이 없습니다. 따위의 유치한 말대꾸도 해버렸다. 그래 난 할일이 없거든. 하는 일도 없고. 그 할아버진 자리를 뜨더니, 잠시 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욕을 하고 있더라. -_-

시위하면서 맞는 이들은 줄곧 봐왔다. 나도 방패에 맞아 본 적이 있고, 피흘리고 정신을 잃은 사람들도 봤다. 오늘의 나처럼 흥분해서 뛰어드는 사람을 꺼내온 적도 있고,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럴것 까지야, 라고 생각 해 왔다. 단 한번도, 어느 자리에서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른적도, 욕을 한 적도 없었다. 난 항상 의무경찰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왔다.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했고, 의무경찰을 폐지하는 운동을 한다면 나는 당장 참여할거다. 군대는, 특히 징병제의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재사회화에 기여한다. 의무경찰을 운영하는 것은, 그중에서 소위 '전경'들을 두는것은 정치권력이 그들을 이용한다는 혐의를 절대로 벗을 수 없다. 시위 진압 용도 뿐만이 아니라, 시위대와의 대치를 통한 재사회화의 용도로도. 나는 한번도 그들과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고, 난 정말로 그애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 그 애들의 부당한 병역의무에 대해서 싸우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마주하고 욕을하고 고함을 치고 삿대질을 했다. 나의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애들이 그런 욕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보고도, 내가 맞고 옆사람의 안경이 깨어져도 그 방패의 주인에게 욕을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던 나는, 그때의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뭔가,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잘 한건지 못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수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것을 했고, 그것을 막아야 했던 이들을 동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변인이고 구경꾼이었던 오늘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난 만큼, 그런 나에게 화가 난게 아니었을까. 내 언어와 이성의 바닥 이전에, 내 위치와 존재의 한계를 드러낸게 아니었을까.

힘이 빠져서, 머리도 아프고, 또 내 단점이지만, 전환이 느린 사람인지라, 놀 기분도 사라지고, 걸어다니다가 밥한그릇 겨우 먹고 집에 갔다. 버스타고 가면서 보니 경찰들이 또 명동성당을 원천봉쇄하고 있는것 같던데. 뭐 더 일은 없었겠지. 없었으면 한다.
그 키작은 아이의 얼굴은 계속 생각난다. 이해는 하지만 너 그러면 안된다고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기도 하고, 네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기도 하다.

아아, 나, 참, 못났다.

이런 내가 싫다.



*시위대들에게 시위 할 장소를 주면, 그들은 보통 거기서 조금 시끄럽게 시위를 한 뒤, 집에 간다. 시위를 막으면, 그들은 오늘처럼 도심 곳곳을 뛰어다니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고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어느게 더 효율적인 시위진압 방식일까? 나야 뭐, 오늘의 시위 방법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시위와, 집회의 자유와, 진압방식과, 진압경찰들의 행동 따위를 말하기는 귀찮다. 다만, 그들의 교통정리 방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그들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차량을 우회시키거나 미리 진입을 차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위대가 막고 있는 길에 차량을 밀어 넣는다. 길에서 경광봉 휘두르는 교통경찰이야 뭐 지시대로 하는걸테고, 그걸 시키는 놈들이 바보는 아닐테니, 이건 절대로 의도적이다. 그들은 교통정리를 하지 않는다. 교통체증 해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도로 이용자들을 의도적으로 시위대로 인한 교통체증에 노출시켜 갈등을 조장한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도로 이용자들을 집어 넣는것이다. 도로 이용자들은 짜증을 내고, 경적을 울리고, 성질이 나쁜 사람들은 자동차 엑셀을 밟으며 시위대를 위협한다. 뉴스에서는 시위의 내용은 생략한채,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보도를 하고, 사람들은 시위의 소식에, 짜증을 내며 차가 막힌다고 투덜거린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확실히 의도적이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주장할 권리가, 차가 덜 막히는 도로를 이용할 자유에 우선 할 수 없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상식을 가진 사회라면 어디에서나 그렇게 생각되고있다.
****나 정말로 의무경찰을 없애는 무언가를 하고싶다. 대체복무와 공익, 상근등도. 군복무 방식의 개선으로 고용을 증가하고 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실질적인 제안을 예전부터,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각종 수학적 수치들을 포함한 실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기회가 되면 적어 보고싶다. 하긴, 이명박의 방식으로 하면, 그들은 징병제를 없애는 대신, '청년군인인턴'을 채용하여 월 100만원을 줄지도 모르겠다만.
2009/05/01 23:26 2009/05/01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