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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길 수 있다' (17) 2009/08/22
말했듯이, 머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혹은 바람보다, 너무 일찍 찾아 와 버린것도 사실이다. 며칠전, 소식을 알게 된 다음 날이던가, 중학교 시절의 선생님과 안부 전화를 하면서, 그분이 지금은 다 그만두고 합천에서 농사 지으며 소일하고 계시는데, 지난 5월의 장례에 일손이 부족해서, 합천 '일해공원(...)'의 분향소에서 상주 노릇을 했었다고, 장례까지 마치고 나서 동료분들과 그렇게 울었다고 하셨다.

난 울지 않았다. 순간 순간 조금 울컥 하기도 했지만. 말했다시피 '쿨한 척'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고,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 오히려 그 애도의 열기가, 나의 감정을 더 가라앉게 만들기도 했다. 가장 동요했던 순간은, 이틀쯤 지난 뒤였던가, 점심시간 즈음, 버스를 타고 서울시청을 지나며 멍하니 그 분향소의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류소에서 올라탄 아직은 젊은, 회사원인 아저씨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곤 눈물을 연신 닦아내더니, 결국은 윽윽 소리를 참아가며 울었다. 휴지라도 한 장 건네줬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그 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내려버렸다.

그리고 3개월. 나는 여전히 울지 않았다. 공과 이전에, 세대의 차이겠지만, 그냥, 감정적으로도 가깝다고 생각한적이 별로 없었고. 석달 전 그렇게 넘쳐나던 눈물들은 결국 무얼 했나 답답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전라도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민가버리겠다던, 내 부모님과 그 시절 내 고향의 어른들과, 아무것도 잃지 않았으면서 빼앗긴 10년을 말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화가났고. 고작해야 후계자가 어쩌고, 투표로 심판이 어쩌고 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그 많은 시국선언들은 대체 왜, 자신의 선언을 행하지 않는건지, 무더운 여름이었다.

눈물이란 결국에 감정 이입이니까. 나 자신을 투영하며, 그것이 애닯고 섧어서 그러는 거니까. 그들의 삶 앞에 눈물만 흘리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니까. 그리고 그들의 죽음만이 애도할 것이 아니니까. 우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앞에 눈물 한 방울 흘려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결국에 나도, 땀을 줄줄 흘리며 병원에 다녀오던 길에 어쩔 수 없이 울고 말았다. 최규석의 만화. 100˚C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나서.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이길 수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서러워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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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2 01:19 2009/08/22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