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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집이 좀 살아서 (4) 2009/10/09
어쨌거나 지인들의 염려하는 마음은 알지만, 일이년에 한 번 어디 결혼식에서나 만나는 사람들이 볼때마다 하는 취직은 했냐, 너 그래서 어쩔거냐, 니 나이가 몇인데 그러냐, 등등의 질문은 지나치게 느껴진다. 내 입장에서 대답하기 편할 리 없고, 정말 내가 이야기 하고싶다면 먼저 상담할텐데, 편한 사람이라면 묻지 않아도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함께 하게 될텐데, 그저 궁금증을 위해 대답 해 주기엔, 내가 너무 지친다. 이미 수십번은 들은 뻔한 취업과 인생의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듣기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싫다.

열흘 쯤 후에 또 결혼식에 가게 될 텐데, 누가 이번에 물으면 '제가 집이 좀 살아서 돈을 안벌어도 되겠더라구요' 라고 대답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게 이렇게 눙치고 들어갈 넉살이 있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도 않겠지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세시간 쯤 한장도 넘기지 않은 외국어 책 위에 턱을 괴고 앉아서, 이런 잡생각들이 현실도피가 아니라, '공부한다' '무엇을 준비한다'는 게 참으로 그럴싸한 현실도피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른채 그냥 책을 펼치고 앉아서, 하루하루를 유예하고 있다는.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았으니, 내가 공부를 못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책장을 넘겼다.
2009/10/09 23:23 2009/10/09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