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샌드위치를 넣은 도시락을 챙겨서 하루에 8대 다니는 마을버스 시간을 맞추어 나간 뒤, 강남역이나 남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탄다. 각각 내려서 국립중앙도서관까지는 약 2km정도로 비슷한 거리. 갈아타는 버스도 있지만 운동삼아, 돈도 아끼고, 걸어가려고 하는 편인데, 천천히 30분 정도 걸리고, 밤에는 배가 고파서-_- 버스타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예술의전당-남부터미널-교대역-서초역-도서관 혹은, 강남역-교대-대법원 건물 통과-도서관의 루트를 따르는데, 강남역 쪽이 상대적으로 버스에 자리도 많고, 걷는 거리도 약간 짧기때문에 선호하는 편이다. 남부터미널은 대신 버스가 자주 다니고. 도착하면 10시 정도. 책을 고르고 자리를 잡은뒤 나가서 도시락을 먹고, 책을 보다가, 오후가 되어 심심하면 컴퓨터도 좀 쓰다가(3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3-4시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밥을 사먹고, 오전에 고른 책을 다 읽었다면 저녁까지 읽을 책을 좀 더 고른 뒤(대출은 6시까지만 가능), 야간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 1층에 미리 자리를 잡아 둔다. 의외로 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구석구석 앉아서 책을 읽곤 하는데, 둘러보면 책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정도가 하루종일 앉아서 수험서 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는 적당히 저녁쯤까지 책을 읽다가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좀 놀다가 잠을 자는 하루. 누가 나에게 매일 하루에 만원씩만 준다면, 그걸로 오천원어치 차비 하고 삼천오백원짜리 식당 밥 사먹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책은 나를 거부하거나 사람을 고르거나 하지 않는다. 패자에게 적당한 핑계거리, 백수로서 알맞은 소일거리다.
대법원을 지나갈때면 정말 많은,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사연들을 보게 된다. 판자에 백지를 붙여 그 위에 매직으로 구구절절 적어놓은 억울함을 보는가 하면, 돈 주고 만들어서 돈 주고 붙이라고 시켰을 것이 분명한, 4개를 1열로 붙이다가 하나를 실수로 위아래를 뒤집어 붙여놓은 플랜카드도 보인다. 법원과 검찰청 사이에는 요즘 황우석씨를 변호하는 플랜카드를 바닥에 늘어놓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나마 관리하는 사람들이 한두명씩 상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줄기교도의 힘은 대단하구나 생각한다.
그걸 보면서 생각한다. PD수첩이 황우석씨에 대한 보도를 하기 직전, 그리고 논란이 일어나던 과정에서, 당시 내 주변의, 소위 민족주의적 좌파(스스로 좌파임을 거부하거나, 혹은 그들과 같은 좌파임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겠고, '신자유주의 좌파'와 비슷한 조합일 지 모르겠지만 시장경제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일단 좌파라고 쓰고싶다 나는. 관련어로는 계급론적 좌파라는 단어를 쓰고싶다. 뭐 내 의견일 뿐이다. 진보와 보수, 진보와 개혁 사이의 미묘한 함정이 싫어서 그렇다.)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들은,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그의 말에 대체로 황씨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뭐 어떤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입장을 발표한 건 아니었고, 그랬더라면 좀 더 신중하게 말했겠지만, '조국'이라는 한마디에 황씨를 믿었던, 아니 어쩌면 믿고 싶었을, '순진하다고 할 지 단순하다고 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친구들을 기억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일일지 또 한번 회의하게 된다.
그림은 최호철, 도서관, 뉴스메이커, 2004. <을지로 순환선>의 그림이 생각나서 옮겼는데 색이 많이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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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늘 잠이 부족해-_- 어쨌든 좋겠다.
내가 약이라도 좀 주리? 약장사 하면 돈 좀 되려나-_-
좋아. 집에 가면 부모님이 늘 돈얘기를 한다는 것, 하루에 만원이 거저 생기지 않는 다는 것, 가끔 내가 식충같이 느껴지는 것 만 빼면 좋아.
풉 오타 잡았다
placard 라서 플래카드!
오오 나 그게 placard인지 처음 알았어 ㅋㅋ 그렇다고 plancard라고 생각했던건 아닌데, 왠지 그 뭐냐 '학관'에서 그걸 플랑이라고 해서 무언가 ㄴ이 들어갈거라 생각했다능 ㅋㅋㅋ
나도 당근 ㄴ 첨가에 한표 ;;;;;ㄷㄷ
세상 오래살고 볼일이야.
흠흠
해자에게 경의를..
그러게나 말이에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