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었다. 열심히 눈을 치웠고, '눈이 많이 와서 집이 무너진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우리 동네에 하루에 8대 들어오는 버스는 일주일째 산길을 올라오지 못했다. 외제 세단도 마티즈도 함께 줄줄이 길가에 늘어섰다. '백두산도 철조망도 독재자도 식구처럼 나란히 눕히고 싶었지' 곽재구의 호수가 생각났다. 산길을 다니는 차들은 suv와 트럭들 뿐이었다. 과격환경단체가 이 동네에 온다면 굴러다니는 모든 차들을 불 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춥고 나가기도 불편해서 칩거했다. 수도권은 며칠째 영하 두자리수의 날씨를 기록했다. 며칠전에 모처럼 외출했는데 마침 엄훠니가 아침 일찍 나갈 일이 있어서 새벽 6시에 함께 집을 나섰다. 산길을 지나 큰길에 들어서고, 차의 시동이 꺼졌다. 그리고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내려서 열심히 팔을 휘저으며 다른 차들을 보냈다. 큰길이라고 하지만 왕복 2차선. 우리 차가 한 선을 먹었으니 중앙선을 넘어서 차가 다녀야 하기에 열심히 뛰어다니며 차를 막고 보내고 했지만, 나는 서툴렀고, 언 길을 불안하게 달리는 차들은 별로 내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았다. 뭐 그래도 다들 조심히 다녀서인지 무사했다. 어머니는 보험회사에 전화했고, 아직 문을 연 카센터가 없어서 한시간쯤 지나서야 버스를 탔지만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온몸에 근육통이 생겼고 열이나고 심지어 이까지 아팠다. 다행히 기침을 하거나 감기의 증상은 없어서 그냥 좀 자면 나을 것 같지만, 용산에 가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다가 눈앞이 깜깜해지곤 잠시 후 바닥에 누워있는 날 발견하고는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갔다. 나 지금 혼자서 누가 궁금해 하거나 묻거나 시키기도 않은 변명 하고 있는거 맞다. 오늘은 흐렸다. 그리고 눈이 조금 내렸다. 나는 여전히 무력하다.
해일처럼 굽이치던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대설주의보, 최승호,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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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고생했네
아이고 추웠다 ㅠㅠ
지금은 괜찮아졌어?
네네 기침감기로 발전하지 않은것에 의의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