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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t a lifetime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10/01/19 19:45
삶이라는 궁핍한 암흑, 그 구덩이 속에서 목마른 자 누구인가? 그는 그 구덩이에서 도망치는 방법을 찾으려고 평생을 허비했다. Hungry darkness of living who will thirst in the pit? She spent a lifetime deciding how to run from it. Ghetto Defendant, COMBAT ROCK, THE CLASH, 1982.

세상은 돌고 또 돈다.
1980년대 말, 세상은 정말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길 기다리며 매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대개 같은 길을 걸었다. 목적도 없이. 매일 같은 길, 같은 쇼윈도, 같은 얼굴들. 상점의 점원들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구경꾼을 바라보듯 쇼윈도 너머의 사람들을 내다봤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밖에 없었다.
포가街, 카스텔로 광장, 로마가, 산 카를로 광장,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 포가. 그리고 다시 카스텔로 광장, 로마가, 산 카를로 광장. 매일, 날마다, 몇 킬로미터씩, 끝도 없이. 한 켤레뿐인 내 신발의 밑창은 금새 다 닳아버렸다. 되도록 신발이 닳지 않게 걸으려고 애썼지만, 그러려면 깡충깡충 뛰는수밖에 없었다. 점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출세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새장에 갇혀 있기 싫었다. 그렇지만 이 도시가 내게는 새장이었다. 항상 똑같은 그 길들은 내겐 미궁이었다. 붙잡을 실오라기 하나 없는. 기대할 것 하나 없는.
주세페 쿨리키아Giuseppe Culicchia, 빗나간 내인생, 이현경 옮김, 낭기열라, 1994(2005). 9쪽.

돌아갈 수 있을까. 문득 겁이 난다.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이 세상에 쓰레기처럼 버리고 가는 상처가 두렵다. 태어난 것 자체를 고민했다. 도시에서 지낸 시간이 추억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만큼은 남들처럼 살고 싶은 욕망에 밤마다 몸을 뒤척였다. 이 세상은 공평하다. 약한 자는 퇴장하고 강한 자만 리그에 남는다. 진실과 거짓은 맞바꿔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지만 꿈과 현실을 혼동했다가는 시스템에서 제거당하고 만다. 시스템에세 제거당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혼자 남겨지는 것은 공포다.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손에 쥐었을 때 작은 물고기가 손안에서 파닥대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그 물고기를 원래 자리에 놓아주려고 한다. 언어를 잃어버렸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다. 조정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조정자는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거둬갔다. 아, 조정자가 출구를 막아버렸다. 그 출구를 열어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이다. 처음 조정자의 존재를 눈치 챘을 땐 이토록 극심한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조정자의 의도를 짐작해 보며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무의미했다.
김주희, 피터팬 죽이기, 민음사, 2004. 252쪽.
2010/01/19 19:45 2010/01/19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