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후반. 친구나 선후배들이 결혼하는 것도 이제 더이상 놀랄 일이 아니고, 어쩌면 그게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때가 되었다. 가끔 그들을 만나 웃고 이야기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나는 때때로 두려워진다. 5년 쯤 뒤, 우리는 아이의 영어유치원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지는 않을까, 10년 쯤 뒤, 특목고와 어학연수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리 중 누군가는 '기러기 아빠' 가 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시절, 우리는 사회의 진보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용돈 벌이를 위한 과외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 해 본적은 없었다. 우리는 변화와 투쟁을 외쳤지만 그럭저럭 어디가서 부끄럽지 않은 학력을 가진 자신의 사회적 자본에 대해서 고민 해 본 적은 없었다. 고학년이 되고, 졸업이 가까워 오면, '운동단체'에 남아 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에게 약간의 미안함과 부채감을 가지고, 토익을 보고 취업을 준비했다. 우리는 그다지 다른 삶을 살지는 못했다.
물론 확실히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나는 과외를 하는 대신 집에서 용돈을 받았고, 활동가가 되지도, 직장인이 되지도 않은 채 집에 앉아있는 백수 일 뿐이니까. 구차함이 싫어서, 행동할 용기는 내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가까운 타인들에게 업혀 왔을 뿐이니까.
또한 물론, 우리가 어떤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무슨 꼬뮌이라도 만들어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우리가 비판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과외를 하거나, 취업을 해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며 비난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확실히 우리는 무언가를 지키려고 했다. 혹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했다. 아니, 최대한 양보해서, 뭔가 지켜야 할 게 있다고 말 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 무언가를 지켜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지키며 살아가야 할 지,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로, 우리는 이제 곧, 하나 둘씩, 아이들을 키우게 된다.
내 취업 문제, 내 밥벌이 문제에서 그랬듯이, 고민 없이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사회에 편입했던 것 처럼, 내 자식 문제에서도 우리는 이렇게, 지금처럼, 내키진 않지만, 어쩔수 없다는 변명과,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는 말을 하며 아이들을 학원으로 입시로 몰아 넣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우리는 그 최소한의 고민도 안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88만원 받거나, 겨우 취업에 성공해서 이제 신입사원이 되거나 경력이 조금 쌓인, 우리, 20대, 30대 초반 말이다. 이제 아이를 곧 갖게 될.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꿈꾸는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이제 우리 자식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386, 이제는 486은 거의가 동의하다시피,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냈다. 사교육 시장에서 크게 배를 불리기도 했고, 아이들을 어떻게 입시를 통해 성공시킬 지, 그 방법을, 자신의 경험을 십분 발휘하여, 선보였다.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생 쯤 되는, 397이라고 해야할까, 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이들은, 대체로 그 방법을 따라가거나, 일부는 그 이전 세대의 과열된 사교육과, 몰인정한 입시제도에 반대하며,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주입식 영어교육이 아닌 '엄마표 영어' '영어 동화책 읽기' 류의 새로운 공부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뭐냐면, 소위 말하는 '엄마표 영어교육'이 담보로 하는 것은, 엄마의 학력, 엄마의 여유라는 것이다. 대안학교에 보낸다는 것이, 일종의 부모의 금전적 여유를 지불하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사는 거래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아이의 교육' '내 아이의 입시' '내 아이의 성공' 이라는 틀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는 5년 뒤, 10년 뒤, 내 자식 문제에 대해 무어라 이야기 하고 있을까. 나? 나는 아이를 갖지 않는 것으로 여전히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아이들 학원이야기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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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렵겠어. 인간처럼 살려면 있는 힘껏 몸부림쳐야하는 시대자나.
사실, '그냥' 살아남으려면 힘껏 몸부림쳐야하는 것 같아. 나에게는 그래. 인간처럼 사는건 어떻게 해야되는지 조차도 모르겠는걸.
원래 젊은이들이란 집안 살림을 이야기 하기보다는 우주를 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ㅋㅋㅋ
마르크스 어쩌니 떠들던 선배(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가 학원, 과외 통해 일한다고 했을때 본인들은 "나는 굶고 사냐!" 이렇게 반응했던 거 같은데 사실 세금도 안내는 과외,학원선생이 가장 최전방 공생생물(차마 기생이라고 하긴 뭐하고)이라고 느껴졌던 거 같아.
사교육과 먹거리 시장에 편입되지 않겠다며 엄마표 교육, 엄마표 친환경 식단... 이게 웰빙을 뒤집어 쓴 세련된 압박인듯. 뭐 여자는 애 낳고 나서 수면시간이 3시간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0-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시아버지가 "앞으로 1~2년 사이에 아이를 낳아.(명령)"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ㄷㄷㄷ 이건 뭐 수태일도 본인이 정해주실 기세...
웅 사실 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또 돌이켜 보면 딱히 우주를 논한 것 같지도 않고. -.-;;; 자신의 실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 그게 과외든 취직이든 애키우기든. 지금도 여전히 없는데, 이제 애낳아야 할 때는 다가오고 말이야.
엄마표 교육 엄마표 식단... 이런게 이제 아이의 교육 아이의 건강 모든게 개인의 책임이 되고, 돈 안버는 여자는 그 나름대로 무능력하고, '워킹맘'은 또 그 나름대로 죄책감을 갖고... 대체 어쩌라는 겅미-_-;;
시아버님께서 길일-_-을 정해서 택일하시고 애 낳는 날도 정해주시는거 아닌가 모르겠;;; 그런데 당신 아드님 건강때문에 아직은 안되지 않나? 남자 건강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천천히 준비해서 낳으면 되지 뭐. 슬로베니아어로 문장 하나 외워둬. '그렇게 낳고싶으면 본인이 직접 낳으세요' 아님 DIY 어때ㅋㅋㅋㅋ
근데 내 생각엔 이렇게 가다 우리 세대가 단군이래 최저학력에서 시작해서, 단군이래 최저청년실업에 단군이래 최고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20대, 그리고 머지않아 단군이래 최고로 애 안낳는 매국노(애 안낳는게 왜 국가적으로 지탄할 일인지 모르겠으나-_-)가 될 것 같은 예감을 넘어 확신이 든다 제기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