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중, 고등학교가 벚꽃으로 둘러싸인 곳이었어. 그래서 나에게 벚꽃은, 햇살에 하얗게, 자체발광하는 것 같은 그 꽃무리들을, 비염과 결막염으로 반쯤 눈물이 고인 눈으로, 눈이 부셔서 찡그린 채, 침침하게, 그래서 더 하얗게, 바라보는 것이었지. 우연이라기 보다는, 벚나무가 가로수로 흔한 것이어서 그렇겠지만, 대학에도 벚나무가 많았어. 봄이 되면 학교 진입로가 환해지곤 했지. 나중엔 학교에서 색색 조명을 설치 해 놓고 야경을 연출하곤 했는데, 그 사람들은 뭘 모른다고 생각했지. 꽃이 만개 했을 때, 달빛 만으로도, 얼마나 환해지는지, 아마 그 사람들은 느껴 본 적이 없을거야.
난 결막염이 더 심해졌고, 각막에 상처도 많아져서 낮이면 늘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리고 다녀야 했지만, 계절성이던 것이 통년성으로 바뀌면서, 특별히 꽃을 더 찡그려 볼 필요는 없게 되었어. 아, 잘 되었다는 건 아니야. 그때 즈음 부터인가, 나는 목련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 목련은 참 불쌍한 생물이지. 겨우 내 준비해서 봄 꽃을 피우면, 며칠 지나지 않아 봄 추위와 비바람에 찢겨버리고 말아. 그 상처난, 커다란 낱장의 잎들은 지저분하지. 하지만 단아하다, 는 단어를 처음으로 떠올리게 된 대상이었달까. 이런게 나이드는걸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시작이었던걸지도 몰라. 이 긴 침잠의. 괜한 목련에게 궂은소리 하는걸려나.
몇년 전 봄, 난 졸업을 했었고, 버스를 타고 내가 다녔던 대학 앞을 지날 일이 있었어. 난 계절의 변화 따윈 아무래도 좋은,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돌든 말든 언제나 하루가 같은 백수였었지. 지금도 그렇지만. 학교 앞을 지나는데, 아, 갑자기, 환한거야. 버스에서 벚꽃 무리를 보는데 화가 나더라고. 아니,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봄이 오다니. 정말 외롭더라고. 난 아직 여기있는데, 세월은 이렇게 가버리다니. 그리고 그런 내가 정말 싫어지더라고. 상처 따윈 전혀 모른다는 듯이 해맑은 벚꽃이 싫어진 내가, 싫더라고.
올해 봄은, 참 늦기도 늦고, 짧기도 짧았다. 늦어서인지, 꽃은 순서없이, 팝콘처럼, 여기저기서, 툭 툭. 나는 별로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 봄이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기 보단, 꽃이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기 보단, 그냥 모든게 다 별 느낌이 없었지.
밤늦게 돌아오던 길에, 가로등에 환한 목련을 보고서야, 알았던 것 같아. 봄, 이제 다 끝난건가.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거였는데. 한번 더 쳐다 봐 주기라도 할걸.
오늘도 여전히 난 창밖을, 흘려 볼 뿐이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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