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문승현 詞,曲


민주당사에서 한데 부르는 이 노래를, mbc on air로 듣다가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97년,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열다섯살 그 해에 이적표현물이었던 레드헌트가, 처음으로 단 한번,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쯤으로 기억되는 그 때, 나는 늦은밤에 상영하는 그 다큐멘터리를 보러 갔다가 버스가 끊겨서, 오천원이나 되는 거금을 내고, 택시를 탔었다.

그때 막, 회사택시의 월급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당시에도 내 나이 또래의 평균 말수에 못 미치는 말수를 지닌 나로서는 드물게, 운전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열 다섯살의 나는, 그 아저씨와, 권영길이라는 이름으로, 악수를 나누게 되었다.

이제 겨우 주변을 돌아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십오세의 소년이 멋모르고 뱉었을 이름에, 진지하게 악수까지 청하셨던 그 아저씨의 이름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때쯤 나는 아마도 조금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나의 모습에 앞으로의 삶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그날이 오면.

전태일 열사의 삶과 죽음을 노래한 이 노래를 듣게 되었던 것도 아마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열 넷, 혹은 열 다섯.

그리고 지금, 여전히 투표권은 없으나 이미 스무살의 대학생이 된 나는 승리의 기쁨으로 부르는 노래를, 모니터 앞에 앉아 듣고 있는 것이다.


그 때의 권영길씨는,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위 군소후보로 나와, 태극기 달린 포스터가 무슨 월드컵 홍보 포스터 같다는 평가나 들으면서, 서너시간 넘게 걸려 힘들게 찍은 군소후보토론회는 아무도 보지 않을 일요일 새벽 여섯시에 방영 했었고, 그나마 그에게 관심가진 이들도, 비판적 지지라는 이름으로, 그의 표를 사표라 불리우게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최소한, 이회창 노무현 가장 유력한 두명의 대선 후보와 함께 토론회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그만큼, 성장 한 것이다, 지난 5년.


성장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누구나 같은 것일런지는 모르겠으나, 그래 열 다섯의 나에서 스물, 이제 곧 스물하나가 되기까지, 나는 얼마나 나에게 책임질 수 있는 나로 성장 해 왔느냐 하는 질문을 대하는 것은, 아직은 나에게 부끄러움일 뿐이다.

때로, 이제 겨우 만으로 이십세도 되지 않는 나이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성장이 아니라 상처를 덕지덕지 붙여 갈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부끄러움과, 자신을 대하는 데에 불편함이 쌓여가는 것이, 나이를 먹는 것인가 하는. 성장하지 못하고 뒤만 돌아보는 자의 의미없는 후퇴.


반추는, 되씹는 것. 양이나 소 따위의 4개의 반추위를 가진 동물이 하는 되새김질.
그리고 누군가는 말했다. 반추는, 현재에 대한 절망섞인 불안, 그 불안속에서 자욱한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자에겐 돈 안드는 자위가 될 수도 있다고.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삶의 태도에.

나에게 반추가, 돈 안드는 자위가 아니라 언제나 아픔만이 아니라, 나의 모습을 다잡는 반성이 되길 바란다.
조금이라도 더, 거리낌이 없는 나의 태도를 만들어 나가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그래 비록. 달을 쳐다보며 달려가도, 사람은 고작 땅 위에 서있는게 전부라 하더라도.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은, 기억하고 있는 대부분이 기쁨이기 때문이라고, 또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었다.

2002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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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글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나서 찾아 옮겼다. 반성하고 또 행동하자, 오늘을.
2004/03/14 00:37 2004/03/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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