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에게 무엇을 미안해야 하는가
그래서 결국,
나는 그에게 무엇을 고마워 해야 하는가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2004년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 2005년 농민 전용철 홍덕표 2006년 포스코 하중근 2007년 한미FTA반대 허세욱
당장 생각나는 이름만 일곱인데.
나는 그에게 아무런 빚을 지지 않았다.
선배들의 노력으로 내가 이런 글도 쓰고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에게 정치적으로, 지적으로, 나는 빚을 지지 않았다.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혹은 그 역시도 같은 피해자일 뿐일까.
그의 죽음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보겠지만,
저 이름들의 죽음에는 누가 물어볼 것인가.
누구에게 물어볼것인가.
어떻게 책임을 물을것인가.
2005년 농민이 시위도중 사망하자, '사망의 원인이 된 폭력시위를 근절하겠다며' 한겨울에 물대포를 뿌려댔고
2003년 노동자들이 분신했을땐 '분신으로 주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지.
난 다 기억한다.
그가 나이브한 원칙주의자었던 것을.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그는, 기존의 국가권력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맞았던 물대포와 2008년 6월에 맞았던 물대포가 같다는것을.
이 감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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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밤에 썼던 글이다. 워낙 자주 글을 쓰지 않아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_- 내 나름대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며칠간 조용히 지내고 싶었고, 무엇보다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시청과 서울역, 강남역 등의 분향소를 네번이나 지나 갈 기회가 있었지만 발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 볼 뿐 조문은 하지 못했다. 이해가 안되었던 것이다. 그의 죽음에 뭔가 슬퍼지는 내가. 그의 동영상 클립들을 찾아보며 감정을 되새기는 내가. 슬퍼해도 되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용산의 6명의 죽음보다, 그의 죽음에 더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나에 대해서, 불편했던 거다. 용산에 가서는 향을 피우지 못했는데, 노무현에게는 담배 한개비 불 붙여도 되는건지, 주저했다. '쿨한 척' 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간접적으로나마 5-6년간의 모습을 보아왔던 사람과, 그저 국가 권력과 자본에 의해 부당하게 목숨을 잃은 것, 으로 밖에 알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은 다를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러니까, 누구의 죽음이 더 억울하고, 누구의 죽음이 더 부당한 것인지를 떠나서, 살아 있을때의 모습을 봐 온 사람과, 죽음 이전에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과의 차이인 것이다. 죽음으로 밖에, 그들을 만나지 못한 나의 현실에 대한 죄책감은 차치하고라도. 그래서 그런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는 것이 그릇되지는 않았다, 라고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생각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글들을 읽었다. 자살-사망-서거에 이르는 단어의 논란은, 조갑제류의 생트집(가령 그는 '김수환 병사'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가?)은 무시하고, 의미가 있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무례라는 이유로 폄하되긴 했지만, 홍길동 대통령님, 이라고 부르는 것은 홍길동각하, 라던가 홍길동어버이수령님, 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라는 직업, 더구나 5년간의 계약직 직업을 가진 이를 김철수씨, 라고 부르는 것과, 편의점 주인이 그가 고용하는 시간제 점원에게 김철수씨, 라고 부르는 것이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의 예의를 떠나,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의 죽음이 가져오는 정치적, 그러니까 역학적 변화와 파장에 대한 논의는, 물론 고인에 대한 무례이겠지만, 결론적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 중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해야 했기에, 예의를 지키기 위해 잠시 입을 다물어야 했던 것이다-_-) 게임이론, 이라고 말 하긴 했지만 간단한 '죄수의 딜레마' 정도의 합리적 선택이론을 적용해서 정리해 놓은 글을 읽었는데, 이 '사태'의 변수들과 그 역학관계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의 정치력이다. 정치력이란, 좋게 말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럴싸하게 약장사를 하는 능력, 이다. 노무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정치인 중 최초의 '팬덤'을 가졌고, 순박함이나 깨끗함, 진정성 등으로 치환할 수 있는 확실한 '이미지'를 가졌다. 결국 이것이 '이미지 선거 내지는 미디어 정치'의 출현과 맞물리기는 하겠지만, 그가 그런 능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는것 만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이토록 슬퍼하고 또 동요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안타깝고 억울하고 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심리적으로 동생과 쥐어뜯고 싸우다가 엄마가 오면, 둘이 질세라 더 서럽게 울어대는, 그런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피해자가 되고싶은 심리,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덧붙이자면, 이명박 역시 어떤 의미에서 놀라운 정치력을 지녔다. 안티도 팬이랄까.)
그러나 그의 정치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해 도무지 이해가 안 갈 만큼 적극적"인 노무현에 대해서, "'이명박보다는 백번 나으니’ 아무런 반성할 것도 성찰할 것도 없다" (김규항, 꿈을 잇는 사람들에서 인용)는 논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차기 대권 후보를 점치고,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 그의 존재를 송두리채 긍정하는 이들이 그렇다. 물론, 노무현의 정치에는 의미있는 점이 있었다. 지역주의나 권위주의에 대한 입장이 그러했고, 기본적으로,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위해 서울의 지역구에서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를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다수의 유명 정치인들에 비해, 낙선을 거듭하면서도 부산에서 출마하는 일들은, 우리사회에서, 참으로 훌륭한 일이었다. 그러나, 위에도 적었지만, 그 역시도 시위진압에서 사상자를 만들었고, 정치적 양심적 이유로 많은 이들을 구속하거나 수감했으며, 5년의 재임기간 동안 23명의 '열사(김규항, 앞의 글에서 참조)' 를 만들었다. 이명박은 '대운하' 따위의 희귀한 발상으로 우리를 질리게 하고, 노무현의 영정 뒤에 경찰버스로 병풍을 쳐주어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를 표했을 뿐, 기본적인 정책적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 문제로 우리를 흥분케 했지만, 정작 문제의 원인인 '한미FTA'는 노무현에서 시작한 문제였다. 시청 앞 광장을 막은 경찰들을 미워하지만 노무현은 대추리를 밀어버렸고, 폭력적 시위진압에 분노하지만 노무현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냈다. 무엇보다, 2002년 노무현을 선택했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이, 2007년 이명박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이명박이 쥐새끼...보다 못한건 맞는데(설치류를 존중하자), 우리는 과연 이명박보다 좀 더 나으면 자랑스러우냐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사는 세상' 이 되냐는 것이다. (이명박에 대한 욕은 이미 넘쳐나니 내가 굳이 더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결국,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저질의 정권이 출현하게 되었는가?" (groove,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서평에서 인용) 의 문제이다. 이것을 해명하지 않고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인정하자. 미안하지만, 이명박, 노무현이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만들었고. 또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이들이 만들었다. 이명박이란 존재가 어느날 갑자기 UFO에서 내려와 우리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회적 인과관계를 벗어나, '이명박을 몰아내자', 만을 외친다면, 아마 잘 해야 노무현 시즌2 정도가 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승리'에 잠시 도취한 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치고, 몇년 뒤 '경제대통령' 2세가 집권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명박이 집권하게 되었는지, 어째서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는지, 왜 경제를 살린다는 한마디면 모든것에 침묵하는지, 어떤 노무현에 기대했고 어떤 노무현에 실망했는지, 왜 개혁에 냉소하고 진보에 등을 돌리는지, 우리는 대답해야만 한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근조 동영상을 만드는 것 보다도, 차기 대선 후보를 점치는 것 보다도, 검찰총장을 몰아내는 것 보다도, '쥐박이'를 욕하는 것 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하는 일이다. 여러 당의 대선 후보들이 한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는 그런 광경을 다시는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게, 우리의 빚이다.
향은 피우지 못했지만 나는 그에게 마음으로 예의를 담아 인사했고, 이 모든 일이 지나가고 언젠가 김해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귀향에는 응원을 보냈었다. 그곳에서 좀 더 새로운 일들을 해내길 기대했다. 그가 주민들과 함께 만든 마을을 보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거듭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우리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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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눈물 한두번 안흘린 사람이 없는데(나역시)
후보시절에는 희망의 상징이었고, 대통령 시절엔 배신한 애인이었고 퇴임이후에는 새로운 가능성(권력자의 귀농이라는)을 보여준 인물로써의 안타까움과.. 그런것들의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
어쨌든 누구든 한번쯤은 노빠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시절에 가졌던 감정이 올라오고, 변함없는 사실외의 조중동에 의해 의도적으로 가려졌던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내가 너무 몰아세운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들..
뭐 이런저런 애증이 얽혀있는 것 아니겠니;;
2012년에는 설치류가 꼭 존중받는 세상으로!!(쿨럭ㄱㅡ)
댓글 바꿔서 새글로 답니다. 음 그냥... 쓰고 보니 글 보고 든 생각이지 언니에게 하는 이야기는 아닌거 같아서요. 으헝헝. 아 머리가 아픕니다. 알러지약 받으러가서 요즘 목이붓고 머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막 들여다 보더니 후두염이라고 OTL;;;
진솔하고 십분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힘, 내시길...
(제 방으로 퍼갑니다. 트랙백 쏘려니 안되네요)
아아, 공감하신다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트랙백은 왜 안되는건지.. 뭔가 rss문제가 있는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_-) 퍼가기 까지 하셨다니, 좀 부끄럽네요-.-;;
다들 힘, 내야 할텐데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저질의 정권이 출현하게 되었는가?"
유시민이 저 문제에 답을 내놓으려면 또 10년쯤, 아니 더 긴 세월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사이 5년간 23명이 아닌 더 많은 죽음이 '탄생'할지도..
더불어,
운동권이 이제 세상밖으로 나오길 바라보면서...
제생각에 지금 시점에서 노무현의 적자는 유시민인듯.
그런만큼 같은 한계를 갖고있는거죠 뭐.
음... 답은 우리가 내야죠.
안녕하세요, 김규항님 블로그 타고 왔습니다.
백번 공감가는 글, 트랙백해갑니다.
아이고, 실수로 트랙백을 2개나 달아버렸는데 제쪽에서 삭제해도 없어지지도 않고 해서 부끄러워하고 있었는데 그거 보고 많이 들어 오시나보네요. 부끄럽-_-;;
공감 반갑고 감사합니다. 그림 한참 구경했는데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