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참 대단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대통령들은 산뜻(?)하게 임기를 시작하여, 시작한지 2년쯤 되면 비리 의혹이 제기되다가 4년째쯤 되면 각종 비리들이 솟아나오곤 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이미 온갖 비리와 의혹에 휩싸여있다. 그러나 정말 대단한것은, 그런데도 그의 지지율은 1위라는 것이다. 비록 50%의 지지율에서 30%대로 내려갔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아직 2위와의 격차도 20%에 가깝다. 도대체 뭔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사람이 없나? 정동영이 인기가 없는것은 노무현이 싫어서 그렇다고 치자. 게다가 이명박을 욕하는 것 말고는 다른 재주도 없는것 같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리를 좋아하는 것인가? 단지 인기가 많으면 안티가 늘어나는 연예인과 같은 것인가?
왜 이명박을 지지하느냐는 이유에 사람들은 주저없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라고 대답한다. 이명박이 되면 도대체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사람들의 관심은 비리가 아니라 경제다. 또한 비리가 있다 하더라도, 어차피 깨끗한 놈 없는 세상에서 좀 더 더러운 것이 큰 관심이 아니다. 죽일놈이나, 찢어죽일놈이나, 처죽일놈이나, 죽일놈은 마찬가지. 이명박이 양심적이고 정의로와서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거짓말을 일삼든 비리의혹이 사실이든 별 관심이 없다. 그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경제 발전이다. 35% 지지율의 반 이상이 바로 그 '경제발전' 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반은 뭐.. 한나라당에서 나오면 개가 나와도 찍는다는 사람51%, 걍 이사람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니까 와 정동영이 싫어서 가 49% 정도 아닐까?)
그러나 실제로 이명박은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서 획기적인 정책을 가져올 수 있을까? 돌이켜 생각 해 보자.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별로 바뀐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전의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다소 기형적인 형태에서 비교적 순수한 자본주의(경제학의 신고전학파들의 말에 의하면)로 바뀌는 그 시점에 놓여있었고, 그 시점에서 IMF가 터진것이 김영삼의 책임인가? 그렇다면 김영삼도 참 대단한 양반이 되겠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김대중이 카드를 뿌려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것은 물론 잘못 된 선택이었지만, 아마 그것은 경기 침체에 돈을 돌리고 소비를 촉진시켜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노력이었던 것 같다. 노무현은 또 뭘 그리 잘못해서 기업들을 다 말려죽인다고들 난리를 치는지 잘 모르겠지만, 단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노무현의 경제정책에 대해 한나라당은 단 한번도 반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같은것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것이 이명박의 공약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들은 이런 큰 경제적 흐름 속에서 여러가지 자구책도 생각 해 보고 주로 삽질을 하며 몸부림도 쳐 봤겠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 흐름을 경제학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것 같다. 60-70년대 보다 국민소득은 올라가는데 예전보다 좋은 옷도 입고 배는 안굶고 애들 학교도 보내는데 근데 그래도 살기가 힘들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이 이런것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이명박은 뭘 할 수 있을까. 그는 지금의 흐름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을것이다. 여전히 고용은 불안정하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겠지만,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어 더 많은 비리에 잠겨있는 그를 보면서 경제대통령 이명박을 외치는 모습이 얼마 후 현실화 되는것일까?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이 또 시끄럽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을것이다. 쟤들 또 한건 했구나. 이건희와 이재용이 몇조를 해먹었는지, 난 그 수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딱히 국민들은 놀라는 기세가 아니다. 생각 해 보니 이전에도 삼성의 X파일이 있었지만 또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아마 이번에도 그렇게 넘어갈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나보다. 특검이란 것에도 별로 기대하지 않는것 같다. 범법자가 범법자를 조사하는 희극에 사실 큰 관심을 둘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 쟤들도 큰 회사니까 해먹은 것도 많겠지. 우리나라 회사들이란 하여간 다들 저렇게 뭘 해먹고 있을거야. 뻔하지. 근데 어떻게 해.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데. 제2의 IMF가 올지도 모르는데.
그런 이중 심리 속에서 국민들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이중적 행동을 한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그러니까 바로 우리들의 돈(그게 다 개미투자자들의 돈 아닌가)을 가지고 그렇게 큰 돈을 해먹은 것이 화가 난다. 하지만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것을 보는것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삼성이 상시구조조정체제라는 말로 고용이 불안정 한것은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내 자식이 삼성에 취직하면 그렇게 기쁠수가 없다. 전자제품은 삼성을 구입해야지.
문혁시기 중국인들은 홍위병와 공산당원들에 대해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내 자식이 홍위병이 되면 자랑스러워했다. 2000년대의 대한민국인들은 동사무소같은 행정관청에만 갔다오면, 저 무능한 자식들,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는 철밥통들, 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자식들은 지금도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공부한다.
이건희 일가가 망한다고 삼성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망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다. 비록 97년의 IMF가 대우 한보 몇몇 대기업이 무너지면서 다가왔다고는 하지만, 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설령 삼성이 망하면 함께 망해버리는 나라라면, 이건희를 절대군주로 하는 왕정복고 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너무 많은 착각을 하고 있다. 삼성이 돈을 많이 벌고 수출을 하고 반도체를 만들어 외화를 벌어들이면, 그 돈은 나에게 오는것이 아니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매일 매일 티비에서.

이명박이 왜 수많은 비리설에 흔들리지 않는지 안다. 삼성의 해체를 국민들이 왜 두려워 하는지 안다. 이명박과 삼성은 우리나라 자본주의의 적자다. 이명박은 성장과 개발 지상주의와 관행성 비리의 총화라면, 삼성은 사회 양극화와 고용 불안정 그 자체다. 이명박과 삼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현재의 우리나라 자본주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 지금의 현실이 마음에 드는가? 이명박을 찍어라. 세상 사는것이 만족스러운가? 삼성을 두둔하라. 그게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자. 누가 나를 대변할 수 있는지. 정말 우리의 선택이 이명박과 삼성이어야 하는지를.
2007/11/30 06:59 2007/11/3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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