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from 백수의일상부유 2009/08/20 17:23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 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大洋)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
-다자이오사무, 인간 실격, 민음사, 97쪽

고인에 대하여, 잘 되었다, 는 식의 말이랄까, 아니, 뭐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입과 손을 놀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것을 일삼아 찾아 읽을 필요도 없고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불편한 것은,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모씨, 모모씨, 혹은 모모씨들의 죽음을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볼때다. 나도 그렇다. 내 경우는, '불태워버릴테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그런 느낌이, 입에서 튀어 나올 만큼 참지 못할때가 있다. 양비론을 하고 싶은것이 아니다. 난 세상에 확고부동한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타인의 정의와 불의가, 나의 정의와 불의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살자와 압제자와 그를 따르는 이들을 사람대접 하는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그러나, 그러면 안된다. 애도하지는 않아도 죽음을 즐겨서는 안된다. 죄없는 손에 더러운 피 묻히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 인간으로써의 격을 지키기 위해서. 조의를 표하진 않아도, 타인의 죽음 앞에서 웃는 그들과 다르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주장한다. 그렇게 알고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만
언젠가 지나가게 될 그 날.

이 날 까지가 너무 길었다고, 끔찍하도록 길었다고는 말하겠다.
이런 나도, 인간 실격인 것이겠지만.
2009/08/20 17:23 2009/08/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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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호 2009/08/20 17: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날이 오면 난 춤을 출텐데... 나도 인간실격인가? 인간과 인간의 탈을 쓴 승냥이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 모깃불 2009/08/20 18:43  address  modify / delete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렇지만 그래. 승냥이랑 싸우다가 나도 승냥이가 되고싶진 않아.
      제 부모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소년병이 되어
      또 누군가의 부모와 아들을 죽이는 아이들 같은 생각도 들고,
      그걸 절대 욕할수 없지만. 슬프니까.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그 아름답고 고귀하신 '비폭력' 주장이 되는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

      자신은 없어. 다만.
      길어. 정말 끔찍하도록 길어.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어

    • 모깃불 2009/08/20 20:40  address  modify / delete

      그리고 이건 또 나중에 쓰겠지만...
      근데 '선생님'은 대체 그 승냥이를 왜 놓아준거야?
      왜 용서한거야?
      물론 그는 '용서'할 자격이 있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무엇보다,
      그 승냥이는 그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었어.
      그런 인간들이 지금 와서 '화해'가 어쩌고 '통합'이 어쩌고 하는걸 들으면, 무척이나 몹시도 강렬하고 절박하게, 인간 실격, 혹은 인간 포기 하고싶어. 그건 사실이야.

  2. 펑크키드 2009/08/22 23: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손용호의 춤추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흠흠 -0-

    • 모깃불 2009/08/22 23:47  address  modify / delete

      실은 저도 그 말 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_-;;;;
      이거 참 감사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