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던 다음 날,
쌀개방 국회비준안이 통과되고, 여의도에선 시위진압을 하는 경찰에게 살해된 농민과 분신 음독 자살한 농민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뛰어다니던 날.
물대포를 뿌리면 5분만에 물은 얼음이 되어 바작거리는 얼음옷을 입고 뛰어다녀야 했던 날.
사람들은 이제 경찰이 방패를 바닥에 찍어대며 위협을 해도 물대포를 아무리 뿌려도, 그래 어디 한 번 죽어보자, 라는 심정인 듯 했다. 악에 받혀 두려워 하지않는 사람들의 눈빛과 핏대선 목. 새파랗게 언 입술과 허옇게 얼어터진 손으로 주먹을 쥐고 팔을 뻗는다.
경찰의 저지선은 몸으로 싸우는 것 보다 사람 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렇게 광화문 네거리에 섰다.

"쌀비준동의안이 통과되고 한 농민이 살해되고 비정규법 개악이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두 가지 절차는 앞으로 남한 사회의 수십 년을 예고한다"고 한다.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고 낙관한다는 것은. 아직 참으로 어렵다.

다만, 그 '투쟁'이라 하는 것이 광화문 네거리에만 있는것이 아니라, 하이바 쓴 경찰들과 방패 너머로 대치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수차에서 쏟아지는 물을 몸으로 막다가 튕겨져나가는 그 악다구니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한다.
2005/12/06 00:20 2005/12/06 00:20

Trackback Address >> http://mokitbul.org/tt/trackback/31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벼룩 2005/12/07 20: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속으로만 변화를 외치면서 데모현장 한번 나가보지 않은 제가 새삼 부끄럽습니다. 유려한 글재주는 없지만 적어도 옳은 세상을 꿈꾸는 지금의 정신이나마 잃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더욱 불편한 삶을 살길 바라니다. 또 많은 이들의 이해와 연대를 바랍니다. 희망은 정치에 있는게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말, 잊지 않으려 합니다.

    • 모깃불 2005/12/08 02:41  address  modify / delete

      그런 마음 하나 하나가 희망이 아닐까요.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미시적인 답일지 모르지만, 결국 모든 일의 출발은 거기서 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